통일 이후의 남.북 충혼묘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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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6월이 오면 돌아오는현충일과 6·25로 보훈의 달에 대해 깊이 상념에 잠긴다. 깊은 상념 가운데 그 하나가 남북통일이 되면 두 곳 각기 다른 충혼묘지에 묻힌 영령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대한민국 곧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통일이 되었을 때의 가능성은 훤하나 여타 방법에 의한 통일이 오면 난제 중에 난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으로 가능할까?

동·서독이 통일하여 이 문제를 여하히 처리했느냐! 모르지 마는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피를 보지 않았으니 협상이 가능했겠지. 허나 베트남이나 중국은 협상을 필요하지 않아 승자의 맛에 맞추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멀리 올라가 삼국통일에서 교훈을 얻고 싶지만 나의 실력 부족으로 아직 그런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튼 상념으로만 끝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이 문제는 유족의 정서에 좌우될 수밖에 다른 달리 방법이 없다.

우리는 서로 동족끼리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거쳤고 더구나 당사자들이 살아 있다. 고로 삼국통일시대와는 너무나 다르다. 4·3과 6·25의 유족은 남과 북에 생존하여 서로 치를 떨며 더구나 몸서리친다고 한다. 북한의 부수상을 지낸 박헌영은 숙청으로 그를 따라 올라간 제주사람들마저 북의 충혼묘지에 안장되지 못했을 것으로 유추해 본다. 오히려 박헌영의 부인 주세죽은 최근 대한민국 정부에서 독립유공자로 인정, 공훈 훈격을 받았다. 북한의 열사릉(烈士陵)에는 김달삼과 이덕구의 묘를 만들어 모셨다. 만일 4·3공원에 모셔 있다면 도민의 정서는 어떠할까?

지난 현충일 다음날인 6월 7일 교육의정회 회우들과 애월읍 관내의 문화탐방을 실시한 바 있다. 먼저 ‘고광림박사 가족현양비’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어 하귀리의 ‘영모원(英慕園)’을 찾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일행 모두 처음 찾은 곳이라 한다. 현충일 다음 날이어서 화환이 곱게 올려 있었다. 이는 2003년 하귀발전협의회에서 위령단을 마련하고 돌 단 위에 위국절사영현비·충의비·위령비 등 3개의 비를 세웠다. 영현비(英顯碑)는 항일인사 영령, 다음 충령비(忠靈碑)는 전몰한 호국영령, 위령비(慰靈碑)는 4·3사건의 영혼 등을 총망라하여 진혼하도록 조성된 제단이다. 이를 조성하는데 유족들 사이에 엄청난 갈등과 대립 끝에 이루어졌다고 듣고 있다.

‘위령단을 세우는 글’이란 와비(臥碑)를, 입구에는 영모원을 조성하는데 성금을 희사한 ‘헌성금 방명’ 비가 세워졌다. 2005년 8월 13일 ‘재일본 오사카 하귀1리친목회’의 송금으로 기념식수를 하였다. 비문을 보니 장태언(張泰彦.일명;장재성)이 지은 ‘4·3의 삭풍에 흩 날린 꽃잎들이여’라는 다음과 같은 시비(詩碑)이다. “여기, 죄 없이 사라져간/ 이웃 사람들의 넋을 달래는/ 비를 세운다./ 사상도 갈등도 모르던 숫접은 이웃들/ 모진 바람에 어쩌다 꺾이어/ 낙화되기 반세기/ 따뜻한 이웃의 옛 체온으로/ 다시 돌아가 옛날처럼 살고픈/ 화합의 표상 앞에/ 너와 나 손 마주잡고/ 미쁜 마을 만들기를 다짐하노니/ 떠도는 원혼이시여/ 돌아와 고향의 언덕에 안기소셔.”

한편 고향의 문인 고원정(소설가.하귀)은 비문 끝에 “죽은 이는 부디 눈을 감고, 산 자들은 서로 손을 잡아라. 이제야 비로소 지극한 슬픔의 땅에 지극한 눈물로, 지극한 화해의 말을 새기나니 지난 50년이 길고 한스러워도 앞으로 올 날들이 더 길고 밝을 것을 믿기로 하자. 그러니 이 돌 앞에서는 더 이상 원도 한도 말하지 말자.”라고 끝을 맺었다. 하기야 이러한 유형의 위령비는 이곳이 처음이지만 후일 상가리 마을에도 이와 같이 건립했다. 모르기는 하나 4·3공원도 이 이 하귀리 영모원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들린다. 어떻든 남북통일이 되어 이런 유형으로 된다고 하면 하귀리 주민들의 선각된 몫은 높이 인정될 것이다.<김찬흡.제주도교육의정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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