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의 차이 인정하고 함께 가야 공정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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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연 전 법제처장
▲ 이석연 전 법제처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57)
출생: 전라북도 정읍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수상경력: 제2회 애산법률문화상, 조세의 날 대통령표창

“공정한 사회는 행복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가는 사회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이사장 변정일)가 주최하고 제주일보(회장 김대성·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와 KCTV 제주방송(회장 공성용), 인간개발연구원(회장 장만기)이 공동 주관하는 ‘2011년도 제5기 제주시지역 JDC 글로벌아카데미’ 제4차 강좌가 지난 1일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도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강연은 이석연 전 법제처장의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을 주제로 진행됐는데, 이 전 처장은 제주와 맺은 인연을 소개하면서 모험과 끊임없는 도전을 통한 주체적인 삶의 의미를 강조하고, 공정사회의 조건에 대한 소견도 밝혔다.


<새롭게 도전하자>
“성을 쌓는 자 망하고, 길을 뚫는 자 흥한다.”
몽골 울란바토르 화장실에서 봤던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몽골제국을 건국한 칭기즈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듯이 변화에 대응하려는 개방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자주 가는 편이다. 세계적으로 명성이 나 있는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등 게임업체 CEO들을 만나 보면 그들은 ‘고객의 싫증이 최대의 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닌텐도는 화투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지도자는 과거의 영광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

 

오늘 주제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간다’로 정했다.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바퀴 자국 난 길을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찾아 가는 것이 용기라는 말이 있다.
사무엘 율만의 ‘청춘’이란 시(詩)를 보면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를 향하는 마음을 떨쳐버리는 모험심을 의미한다’고 했다.
미래는 용감한 자의 몫이다.
그리고 용기라는 것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고 반대하는 일을 무릅쓸 때 두렵다. 하지만 그 길을 가는 것이 의미있는 것이다.

 

몇 년 전 미국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90세 이상 노인들에게 사는 동안 무엇이 가장 후회되느냐고 물었다.
설문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90% 이상의 노인들은 대부분 좀 더 모험적인 일을 하지 않았던 것, 좀 더 도전하지 않았던 일들이 후회된다고 답했다.
그래서 여러분께 새롭게 모험하고 도전해보자는 말을 하고 싶다.


<책 읽고 일기 써라>
중학교를 전북 정읍 고향에서 졸업했다. 고등학교를 안가고 검정고시로 3년 과정을 마쳤다.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부농은 아니더라도 중농은 됐던 것 같다.

 

71년도였는데 집에서는 난리가 났었다. 3월부터 6개월을 독학으로 14과목을 보는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전라북도 1등으로 합격했다. 바로 대학 들어가기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비고사 합격해 두고 절에 들어갔다. 단지 책을 읽기 위해서였다.
전북 김제에 있는 절에 들어가서 1년 10개월 책을 읽었다. 세계문학전집, 철학, 고전 360여 권 정도 될 것 같다.
그 당시 읽었던 인문학, 고전 등이 지금 살아가는 데 엄청난 힘이 된다.
괴테의 파우스트도 그때는 무슨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고 읽었다. 지금 4번째 읽고 있는데 지금은 ‘인간은 노력하는 동안 방황한다’는 말을 지금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일기를 꾸준히 쓰라고 권하고 싶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썼다. 지금도 초등학교 6학년 때 일기 10개월분을 온전하게 가지고 있다.
전에 법제처에 근무할 때도 어린이 법제관들 앞에서도 위촉장을 주고 일기장 가지고 가서 직접 보여주면서 일기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일기 쓰는 습관은 고시 공부할 때도 이어졌다. 일기 쓸 내용이 없으면 공부한 내용을 적어 놓기도 했다. 끊임없이 읽고 쓰는 습관은 하루 이틀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독서하고 일기를 쓰는 것만 잘 하면 어느 분야에서든 잘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1994년 변호사 사무실 개업 후에도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 공익 소송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광고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광고를 냈다. 소비자·환경·청소년·노인 문제를 해결하겠노라고. 그 광고를 보고 주변에서 돈 들이고 돈 안 되는 소송을 한다고 말들도 많이 했었다.
그 다음 시민운동에 뛰어 들어 경실련 사무총장을 맡았었다.
시민운동에도 깊이 관여했다. 이 역시 남들이 가지 않고 나름대로 소신 있는 길이었다고 자신한다.

▲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이사장 변정일)가 주최하고 제주일보(회장 김대성·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와 KCTV 제주방송(회장 공성용), 인간개발연구원(회장 장만기)이 공동 주관하는 ‘2011년도 제5기 제주시지역 JDC 글로벌아카데미’ 제4차 강좌가 지난 1일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도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고기철 기자>


<투명한 사회, 토대 마련해야>
앞으로 정치권에 안 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3월부터는 변호사 일을 다시 시작했다.
정부 재직 경험도 있고 해서 대형 로펌에서 의사타진도 하고 했지만 공익 활동, 공익 소송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거대 세력에 의해, 잘못된 법과 제도에 의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게 하고 싶다.
밑으로부터 파헤쳐서 그 바람을 실현해 보고 싶다.
국민들로부터 거둬 들인 세금이 분배 과정에서부터 정치적으로 혹은 관료적으로 왜곡돼서 낭비가 심하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목적이 정당하다면 수단이나 절차는 괜찮다는 의식이 팽배해져 있다. 그래서 목표·효율·성과·결과 만능주의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필요한 것은 절차의 중요성이라고 본다.
법대로 살면 손해를 본다는 말까지 나온다.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감옥에서 10억을 벌 수 있다면 부정의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25%가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사회의 법치 불감증이 엄청나게 남아 있다. 성과와 효율만능주의 이것들이 좋은 것 같지만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고위 공직자가 검증 과정 중에서 낙마하는 일도 많다. 저렇게 털어서 안 나올 사람이 있나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보지 않는다.
사회를 투명하고 한 단계 공정하게 업그레이드 시키려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국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규제 개혁’, ‘규제 혁파’ 지금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정권에 또다시 등장한다.
지금 의지를 가지고 파헤쳐야 한다.
피해를 입지 않은 자가 피해를 입은 자와 똑같이 눈물을 흘릴 때 공정사회의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리나 지위에 지나치게 너무 집착하면 생명이 단축되고, 재산을 지나치게 모으면 잃게 된다. 욕심을 버릴 줄 알아야 한다.
느리고 더디더라도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같이 가는 것이 우리가 모두 함께 앞으로 나가는 디딤돌, 마중물이라고 생각한다.
한애리 기자 arhan@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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