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 한국조직위원회(KOWOC) 공동위원장으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국내 축구 발전을 위해 히딩크의 역량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정 회장은 이어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요청이 있다면 (남.북한 어디에서든지) 코칭스쿨을 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표해 왔다”며 “오는 9월로 잡고 추진하고 있는 남.북한 친선경기를 비롯해 축구가 남북관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월드컵을 유치하고 최고 책임자로서 치러낸 소감은.
▲히딩크 감독은 월드컵 이전에 예상 성적에 대해 질문받으면 항상 “장담할 수는 없지만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6년 전 일본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대회 개최권을 공동으로 따내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성공리에 끝나 잘됐다.
열기로 가득 찼던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젊은이들이 탐험심, 모험심을 갖게 되길 바라며 실패자에게 관용을 베풀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
-길거리 응원 등에서 보여준 젊은 세대들의 잠재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김대중 대통령이 이번 월드컵을 후원하면서 국운 융성의 계기로 삼자는 말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젊은 세대들은 국운 융성을 가능케 하는 창의력과 에너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떠나는 게 거의 확실해졌는데.
▲히딩크 감독은 한국의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그는 이제 우리의 친구이며 우리가 요청하면 언제든 달려오겠다고 약속했다.
히딩크는 코칭스쿨에 대한 요청이 있다면 북한에서 1~2개월 정도 시간을 낼 생각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의 의사를 확인한 만큼 축구협회도 그런 기회를 만들 계획이다. 떠나더라도 그를 세계 축구와의 창구로 삼을 것이다.
-차기 감독도 외국인으로 선임할 생각인가.
▲감독 선임은 전적으로 기술위원회의 몫이다. 또한 차기 감독이 누가 되더라도 히딩크와 연결할 생각이다. 또한 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히딩크의 과학적 팀 경영, 신념 등을 이어받을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히딩크와 신임 감독이 충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축구 열기를 남북 교류의 방편으로 삼을 생각은.
▲9월 남.북 축구 친선경기가 예정돼 있다. 축구는 민족주의를 반영하는 종목이지 않은가. 만약 남.북 경기를 정례화할 수 있다면 그때는 통일이 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팀 창단에 대한 전망은.
▲정부측이 지원 약속을 했으니까 우선 협회 산하 프로연맹이 정부에서 도움받을 부분과 자체적으로 해야 할 부분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신임 대구시장도 전 시장의 뜻을 이어 프로팀 창단에 적극 나서기로 했고 상무도 내년에는 프로무대에 정식 참여할 예정이다.
이처럼 된다면 짧은 시간에 14~16개 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오늘도 일부에서 프로축구팀 창단에 대해 문의해 왔다. 분위기는 조성된 듯하다. 누구든 프로팀 창단을 물어온다면 성실하게 답변할 것이다.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선거 출마에 대한 생각은.
▲월드컵을 정치적인 것과 곧바로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당장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와 국제축구연맹(FIFA)과의 문제 등을 정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정돈된 이후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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