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우습게 보는 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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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의 입가에 한숨이 감돈 지 이미 오래됐지만 요즘들어서 더욱 깊어진 것 같다.

우리 지역 농민 10명을 붙잡고 요즘 농사에 대해 물어보면 예닐곱 사람은 ‘마땅히 지을 농사가 없다’고 푸념한다.

농민들은 농정당국이 내놓는 이런저런 농업대책들도 과히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지나친 넋두리일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들의 말을 들어보면 수긍이 간다.

최근 3년간 감귤값이 폭락하면서 농민들의 수입은 줄었고 감귤원 폐원 유도는 제주도의 주요 농업정책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감귤원을 폐원하고 그 폐원 부지에서 다른 농산물을 생산해도 마땅히 처리하지 못하는 형편에 이르렀다.

농민들로서는 그저 답답할 뿐이다.

거기에다 최근 중국산 마늘 수입과 맥주보리 수매량 감축, 일본산 수입 씨감자 바이러스 검출문제 등이 연이어 불거져 농민들은 더욱 불안하다.

그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내놓은 농업정책이나 문제해결 의지 등이 농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담배얼룩바이러스(TRV) 검출로 문제가 된 일본산 수입 씨감자 처리 과정만 해도 그렇다.

당국은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 보름이 지난 후에야 폐기명령을 내렸고 바이러스 검출 사실을 확인한 후에도 3개월 동안이나 우리 지역에서 문제의 씨감자를 몇 농가가 재배했으며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얼마나 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TRV는 400여 종의 농작물에 전이되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농작물은 건질 게 거의 없을 정도로 소출 감소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더욱이 고독성 농약이 살포됐는지도 모른 채 문제의 감자에서 전분을 추출하겠다고 나서는 당국의 태도를 보면서 농정을 신뢰할 농민은 아마 없을 것이다.

중국산 마늘 수입 자유화에 따른 정부의 ‘국내 마늘산업 보호대책’을 접하면서도 농민들은 마치 사기를 당한 느낌을 받고 있다.

비밀협상 사실이 알려지고, 농민들이 집단반발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앞으로 5년간 1조8000억원을 투입해 국내 마늘산업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내 마늘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때까지 농가가 희망하는 물량 전량을 수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 1조8000억원에 그 동안 마늘과는 관계없이 추진해 왔던 밭기반 정비사업비를 포함시킨 사실과 국내산 마늘을 전량 수매하겠다며 반영한 1년 사업비가 고작 230억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러한 대책으로 어떻게 농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고 정부시책에 참여하도록 설득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100억원 어치가 넘는 마늘 종자를 확보해 놓고 파종을 준비했던 농민들은 이제 무엇을 심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일본산 씨감자 처리를 기다리다 종자를 확보하지 못한 감자 재배 농민들도 마찬가지다.

마늘과 감자를 심을 농지에 올 가을 맥주보리를 파종하려 하나 제주지역에 배정된 내년산 맥주보리 수매물량은 올해보다 2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당국은 현안으로 부각된 농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도 갖가지 대책들을 내놓을 것이다.

농정당국은 농산물 가격 하락과 수입 개방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픈 농심을 헤아릴 줄 아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농민의 마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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