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을 함께 치러낸 한국과 일본이 ‘못말리는’ 축구열기로 동시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두 나라 모두 후텁지근한 장마철인 데도 불구하고 연일 경기장이 관중으로 빼곡이 들어차 월드컵으로 촉발된 ‘사커 신드롬’을 실감하고 있다.
일본 J리그보다 일주일 앞서 정규 리그를 시작한 국내 K리그는 관중 수가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한 태극전사들의 몸놀림 못지않게 팬들의 관심사로 떠오를만큼 축구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지난 13~14일에는 쏟아지는 장맛비 속에서도 13만8474명이 축구장을 찾아 주말 5경기 최다 관중 기록을 일주일 만에 갈아치웠다.
앞서 지난 7일 개막일에는 12만3189명이 입장해 하루 최다 관중 기록을 수립했고 10일 첫 주중경기에는 10만8504명이 몰려 1983년 프로축구 출범 후 사상 처음으로 주중에 10만 관중을 돌파했다.
특히 평균 관중 수는 2만6441명(37만167명.14경기)으로 집계돼 지난해 정규 리그(1만1847명)에 비해 경기당 1만4594명, 무려 123%나 늘어났다.
이처럼 상상을 뛰어넘는 축구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지만,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시즌 관중이 역대 최다인 275만명(1999년)을 넘어 300만명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안방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당당히 16강에 진출한 일본의 축구열기도 이웃나라 한국 못지않게 뜨겁다.
지난 13일 일제히 재개된 J1 전기 리그 주말 6경기에는 12만2500명이 몰려 월드컵 이전에 비해 평균 관중이 5000명 증가했다고 교도통신이 14일 보도했다.
특히 우라와 레즈와 주빌로 이와타의 경기가 열린 사이타마경기장에는 역대 3위인 5만8000명이 입장, 일본과 벨기에 간의 월드컵 조별 리그 관중 수(5만5000명)를 넘어 “일본은 야구의 나라”라는 말을 무색케 했다.
하지만 K리그나 J리그나 늘어나는 관중과 함께 시름도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축구열기가 자국팀의 월드컵 선전에 힘입은 ‘반짝 장세’에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위해 나섰지만 “선수와 구단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다짐 외에 뾰족한 아이디어가 없는 실정.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공짜표 없애기와 팬서비스 확충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관중 동원에 가장 중요한 점은 선수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펼쳐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