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다하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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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마늘 긴급수입제한 문제를 풀어가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전국의 마늘농민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2년 전 중국과의 협상에서 중국산 마늘 긴급수입제한조치 기한을 올해 말까지 하기로 합의해 놓고 쉬쉬해오던 정부가 일이 터지자 서로 네 탓이라고 발뺌하면서 근본적인 대책보다 일회용 땜질식 대책만을 내놓기에서다.
정부는 우선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은 안 된다고 못박아 놓고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다.
중국산 마늘 수입을 허용하는 대신에 2007년까지 5년간 마늘산업에 1조800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것이다.
이는 제주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마늘농민들이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농민들은 생존권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세이프가드 연장을 바라고 있고 그후에 마늘산업 구조조정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허나 정부는 이를 외면했고 심지어 세이프가드 연장 여부를 심의하고 건의하는 기관인 무역위원회에도 압력을 행사해 연장신청이 기각되도록 했다.
이 와중에 전성철 무역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는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달 29일 열린 무역위원회 회의에서 중국산 마늘에 대한 세이프가드 연장을 위한 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후 사퇴했다.
그는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한 뒤 배포한 ‘사퇴에 임하여 드리는 말씀’을 통해 “이번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신청 심의 과정을 통해 무역위를 독립성과 자율성,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킬 수 있는 기구로 만들 수 있는 능력과 리더십에 명백한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역위가 심의 과정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해 농민 여러분께 사과하고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무역위가 약자의 이익을 법에 따라 추구하는 심판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행정의 하위개념으로서 제대로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 같은 행동은 ‘이번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 문제를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검토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는 농민들의 편에 선 생각과 함께 행정부의 잘못되고 오만방자한 태도에 반기를 들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하겠다.
허나 그의 이 같은 행동은 분노한 마늘농가에 다소나마 위안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닌 듯 싶다.
그가 마늘농가가 겪고 있는 고통과 분노를 피부로 느끼고 이해했다면 행정부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든 약자인 마늘농가의 손을 들어주는 행동을 보여주었어야 하기에서다.
무역위원회는 관계부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관계법 규정에 따라 이번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신청을 심의하면서 사전에 외교통상부 등으로부터 의견을 들었다.
정부의 의견은 당연 세이프가드 연장 불가와 함께 허울 좋은 마늘 종합대책 시행이었다.
법대로라면 무역위원회는 회의 하고 말고가 없이 당연히 정부의 입장을 받아들여야 할 상황이다.
그가 정녕 사퇴할 각오까지 했었다면 행정부의 이 같은 압력에 분연히 항거해 농민들의 편에 서서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신청을 받아들이는 ‘위원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용기’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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