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만이 풀 수 있는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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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7.11 개각으로 내각의 면모를 일신했다. 특히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성을 총리에 발탁하는 것으로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둔 ‘중립내각’의 모양새를 갖췄다.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고 임기말 국정운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미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바뀐 내각이 청와대의 설명처럼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지는 의문이다. 김 대통령만이 풀 수 있는 두 가지 핵심 현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면서 현 정국을 꽈배기처럼 꼬이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째는 서해교전 사태로 잔뜩 구겨진 국민의 자존심을 회복하는 일이요, 그 다음은 국민적 의혹을 사고 있는 아태재단에 대한 처리문제다.
이들 사안이 현 정국을 헤쳐나갈 핵심과제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 미치는 파장이 김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 운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선 서해교전 사태의 심각성은 훼손된 국민적 자긍심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붉은 악마가 주축이 된 월드컵 세대는 국민들에게 우리가 축구뿐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세계 4강’에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슴깊이 새겨넣었다. 자부심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북한의 무력도발은 감행됐다. 참전용사 못지 않게 젊은 세대가 울분을 토하고 분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상황 전개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구겨진 자존심은 서해교전 당시 우리 군의 대응이 강력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 심한 상처를 입었다. 그러니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월드컵 4강’으로 한껏 고조된 국민적 열정도 ‘서해패전’으로 기록된 이번 사태로 급속히 식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국민적 울분을 달래줄 책임은 김 대통령에게 있다. 이것이야말로 포스트 월드컵의 주된 대책일 것이다. 국방장관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북한의 잇따른 서해 도발을 계기로 햇볕정책에 대한 유연성도 요구된다. 북의 무력도발이 자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햇볕정책만이…’라는 맹신은 금물이다. 이 같은 맹신은 북측에 내밀 우리 협상 카드의 한계를 드러낼 뿐이고, 이 정책 외의 가능성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는 행위와 진배없다.
무엇보다 이 정책에 대한 정치권의 공감대가 긴요하다. 한나라당의 협조를 구하지 않는다면, 이 정책으로 인한 국론 분열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실제로 이러한 조짐이 일고 있다. 때문에 김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내에 햇볕정책의 뿌리를 단단히 내리겠다는 과욕을 버려야 한다. 차기 정부가 편안히 건널 징검다리를 놓겠다는 마음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아태재단을 둘러싼 각종 의혹도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의 구속 기소로 아태재단의 비리가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홍업씨가 각종 이권청탁 및 단순 증여 등 명목으로 기업체로부터 받은 금품은 47억8000만원에 이른다. 그는 김 대통령이 설립한 아태재단의 살림꾼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비리가 홍업씨 한 개인의 비리가 아니라 아태재단의 비리로 인식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홍업씨가 구속 기소된 지난 10일 “국민 여러분께 한없는 죄송함을 금할 길 없다”는 논평을 냈다.
이 정도의 사과 논평은 별 의미가 없다. 대통령 아들 문제이기 전에 아태재단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따라서 재단의 비리의혹 해소와 향후 재단의 존폐에 관해 김 대통령이 하루빨리 결단을 내려야만 국정 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김 대통령은 지금 ‘서해교전’과 ‘아태재단’이라는 고산준봉 앞에 서 있다. 고단하겠지만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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