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공공 요격능력을 갖춘 스텔스 개념(‘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SPY-1D’)을 도입함으로써 해상에서 적 유도탄, 항공기, 함정 및 잠수함에 대해 동시 교전이 가능하며, 방공능력과 원거리 대지 지원능력이 우수하여 육.해.공군이 동시에 참여하는 합동전장에서도 뛰어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이지스(Aegis)급 구축함(KDX-III)이다. 1973년 미국 해군은 적기 100대가 공격해 와도 헷갈리지 않고 막아낼 수 있는 화력통제시스템을 갖춘 이지스 체제를 개발하고, 대함(對艦)과 대잠(對潛) 작전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한국에서는 금년부터 설계에 착수하여 2008년쯤 1번 함이 진수될 이 7000t급 전투함 1척 건조에 1조원이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제 해군력은 연안국의 배타적 권한이 적용되는 수역을 초계하며 제한된 수준의 임무를 수행하는 연안 해군에서 접속 또는 지역 해군으로, 이제 대양 해군을 목표로 하여 세계적 해군으로 비약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해군은 전체 국방비 중 단지 16%에 불과한 실정에서 서태평양 항로 등 해상 교통로 보호와 배타적 경제수역(EEZ) 감시, 점증하는 동남아 해적에 대한 초계활동과 막대한 해상자원 보호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첫째, 대양해군론과 전략기동함대, 이지스급 전함 건조 도입과 기지 확보와 같은 해군의 숙원사업을 제주섬에서 꼭 실현해야 할 사정이 불명료하다. 이런 군사기지화 논의는 화순항 기본계획안에 특수부두 접안시설 320m가 포함된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1995년 ‘2000년 해군전략사령부 제주 신설’에 대한 일부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이번에는 2006년 이후 6200억원을 들여 1500m의 보안항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안이다.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군사기지의 입지조건으로 제주도는 부적당하다. 군사적으로 무의미해야 평화의 섬을 꾸려갈 수 있다.
둘째, 해군 전력 증강은 해군 전력 투자비율 증대로 해결해야 한다. 국방부에서 배분하는 전력투자비 중에서 해군은 21%로 가장 작다고 한다(육군 35.2%, 공군 26.8%, 나머지는 국방부 직할부대에 배당). 국방비의 전체 규모는 동결하는 방향의 군비 축소로 나아가야만 평화의 길이 열리게 된다.
셋째, 평화체제 구축과 지역 안정은 대미 안보 의존 탈피, 소극적 평화(전쟁 중지의 정전상태 유지)에서 적극적 평화(공존공영과 민족 공동이익을 위한 상호 협력) 체제 수립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은 대만의 이지스 체제 구매를 중국을 자극한다면서 거절한 바 있다. 이제 신뢰 구축과 군비 감축을 동시에 포괄적으로 실시하는 신축적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화순항은 남풍을 제외하고는 천연적 양항으로 소형선들의 피난항으로서 알맞은 곳이다. 그러나 하필 이 위험스러운 군함과 군사시설이 평화의 섬인 제주도에 꼭 들어서야 하는가. 한마디로 제주도민은 가상 적국의 전쟁 목표물을 안고 살아갈 수 없다. 화순항 군사기지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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