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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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나는 한판이었다. 남자 여자가 무슨 상관이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부자면 어떻고 가난하면 어때. 학식은 무엇이며 직업이 무슨 상관이더냐. 귀한 사람도 천한 사람도 없다.
잘났건 못났건 그게 무슨 상관이며, 잘생겼다 못생겼다 따질 일도 없다. 선한 사람은 누구며 악한 사람이 언제 있었더란 말이냐. 철천지원수로 지내던 사이도 오늘만은 상관없다. 사장님과 말단 사원이, 직위 높은 상사와 부하 직원이, 선생과 학생이, 의사와 환자가, 부모와 자식이, 할아버지와 손자손녀딸이, 좌선하시던 스님도 오늘은 자리 털고 일어나, 모두 함께 얼싸안고 뛸 뿐이다. 품위는 무엇에 쓰는 물건이며, 체면(?) 그거 얼마짜린데(?), 인격(?) 그거 어떻게 먹는 거더라(?).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들 무엇이 문제며, 장사가 안되면 어때. 오늘은 공짜. 마음대로 드십시오, 세상사 모두 다 팽개치고, 오직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만 있을 뿐이다. 집에서건 직장에서건 학교에서건, 도시에서건 농촌에서건, 거리에서건 차안에서건, 배 안에서건 비행기 안에서건, 방에서건 부엌에서건, 목욕탕에서면 어떠냐. ‘대~한민국’. 정말 신바람 나는 한판이었다.
이번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보여준 우리민족의 저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작은 나라가 세계 4강으로 우뚝 서서 대한민국의 위력을 당당하게 떨쳤고, 경기장 준비나 개막식 등 그 진행과정에서 일본을 앞서가는 위대함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보다도 더더욱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은 역시 온 민족의 붉은 물결 ‘대~한민국’이었다. 사실은 우리도 놀랐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요 결의한 바도 없다. 약속한 바도 없고, 어떻게 해 달라는 요구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규칙도 없고 통제도 필요 없다. 그냥 다같이 한마음으로 ‘대~한민국’이 저절로 외쳐지고 리듬에 맞춰 박수칠 따름이다. 우리 민족이 사는 곳이라면 지구의 어느 구석이든 상관없이 모두 같은 시간에 밤잠도 제쳐두고 일도 팽개친 채 모두가 한 목소리로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만 외칠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민족이 언제 이렇게 신바람 나는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언제 한 번이라도 우리 모두 한 목소리로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쳐볼만큼, 우리민족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으로 여길만한 일이 있었던가. 중국으로부터 내정간섭 받으면서 그나마 유지해오던 나라를 송두리채 일본에 빼앗겨 3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온갖 착취와 수모를 당하면서 숨죽여 살아온 우리민족. 1945년 8월 15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는 국제 정세에 힘입어 속국으로부터 겨우 해방되었건만 5년을 채우지도 못하고 1950년 6월 25일. 6.25 동란이라는 동족상잔의 아픔으로 아직까지도 남북으로 분단되어 울부짖는 이산가족이 그 얼마나 많은가. 게다가 전쟁의 아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설상가상으로 1997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이라는 뼈아픈 시련은 또 무엇이던가. 한 집 건너 한 집씩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초상집 분위기니 즐거운 일이 있어도 옆집이 눈치 보여 웃음 한 번 크게 웃지 못하며 숨죽여 살아온 우리민족이 아닌가. 나라 빚 갚겠다고 장롱 깊이 넣어 두었던, 자식의 백일. 첫돌 기념으로 선물 받은 반지 들고 은행 앞에 줄서서 기다리던 우리민족이 아닌가. 그런 저런 어려움을 다 이기고 분연히 일어선 우리민족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아! 그 이름 영원하라! 찬란히 빛나거라!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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