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배부른 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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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사회’의 저자 레온 크라이츠먼은 그의 저서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24시간 사회는 상점이 문을 여는 시간의 관점에서만 주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24시간 사회는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24시간 사회는 엄격하게 시간을 지켜야 하는 모든 제약으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다.”
관광객들은 24시간 내내 활동한다. 그들은 여행을 하는 동안 주중과 주말 그리고 낮과 밤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들은 관광지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를 원한다. 구경하고 싶다, 쇼핑하고 싶다, 먹고 싶다, 마시고 싶다 등 그들은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는 데 따른 보상을 얻고 싶어할 뿐이다.
관광객들은 지역의 시간과는 상관없이 움직인다. 따라서 제주도를 국제적 관광지로 만들고 싶다면 관광객들의 기호에 맞추어야 한다. 관광객들이 원하면 어느 곳이든 문을 열어야 하며,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교통여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종 행정규제를 완화해야 하며, 새로운 사회구조에 대응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24시간 도시화 변화에 부응하기는커녕 역행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던져주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지난 4월부터 운항되어 온 일본 하네다~제주 간 심야노선에 대해 다음달부터 운항 불허 방침을 내렸다고 한다. 보도내용대로라면 심야시간 항공기 운항으로 인한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주된 사유이다. 이러한 조처에 대해 관광업계에서는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외견상 사유로만 본다면 현재로서는 대놓고 항의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아무리 관광 진흥이 급하더라도 공항 인근 주민들의 소음피해와 불편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제자유도시 출범과 포스트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있는 시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조처를 강구해 보지도 않은 채 느닷없이 운항을 중단시킨 건교부의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제주도가 해외관광 활성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시간은 충분하나 항공료가 비싸서 못 온다거나, 반대로 경제력은 충분하나 항공시간대가 불편하여 오지 못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접근성은 내국관광객이라면 출발과 도착에 국한되는 문제일 수도 있으나 외국관광객에게는 관광지와 관광지 간 이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편리한 접근성과 신속한 이동성을 충족시켜줄 수 있어야 명실상부한 국제관광지로서 면모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그렇게 되려면 제주공항이 24시간 운항체제를 이루어야 하며 더불어 국내 주요 도시가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 한다. 다만 국제자유도시로서 기능을 준비해야 할 제주도의 입장에서는 그런 주위 여건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에 당장은 인천공항과의 연계 루트 등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사람과 상품 그리고 자본과 신용의 이동이 자유로운 국제자유도시라면서 언제까지 잠자고 있을 것인가. 관광지는 깨어 있어야 한다. 잘 것 다 자고 쉴 것 다 쉬고 그것은 관광지가 아니다. 어차피 관광지는 관광객의 사이클에 맞추어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코드를 읽고 맞추어 나가야 한다. 정말이지 제주도는 배부른 섬이 아니다.
부디 이번 건교부의 결정이 행정편의주의거나 또 다른 지역형평주의가 아니길 바란다. 제주도가 손색없는 국제관광지가 되자면 24시간 공항에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 공항은 제주도의 심장이자 엔진이다. 이 기회에 지역과 중앙 정부는 공항 이설 문제까지 포함한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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