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형 관광 전략 발전시켜야 제주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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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한국문화의 세계화' 주제로 강연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

“현대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습니다. 관광도 마찬가지 입니다. 20세기의 관광과 21세기의 관광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제주도가 관광지로서 다른 지역보다 앞서 나가려면 21세기형 관광전략을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이사장 변정일)가 주최하고 제주일보와 KCTV, 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 주관하는 제주글로벌아카데미 제15차 강좌가 지난 9일 오후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도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은 “문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문화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의 주요 내용을 발췌했다.

▲ 개미와 베짱이=70년대 중.후반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연극을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로 시작하게 된 연극이었지만 연극에는 내가 좋아하는 문학과 미술, 음악을 모두 들어 있었고 나는 연극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러다가 1975년 난 졸업을 했고 장남이라는 짐을 등에 지고 연극 대신 ‘반듯한’ 직업을 선택했다. 그러나 연극이 그리웠던 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1년 만에 회사에 사표를 던진 뒤 배화여고 선생님으로 다시 취직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방학동안 연극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다시 1년 만에 회사를 등지고 나와 본격적인 연극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무렵 내 주변의 친구들은 삼성, 대우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대기업에 입사해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였다.

연극을 시작 하고 1년이 지나자 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게 됐다. 나는 친구들에게 티켓을 사줄 것을 부탁했고 친구들은 나를 ‘멋진 놈’이라 부르며 흔쾌히 티켓 수십 장을 사줬다. 친구들 중 한 명은 쫑파티까지 알아서 해결해 주겠노라며 삼겹살에 소주까지 곁들여 톡톡히 한 턱 내기도 했다.

그 다음해에도 난 공연을 앞두고 친구들에게 티켓을 부탁했다. 친구들은 바빠서 직접 공연을 볼 시간이 없지만 티켓은 사 주었다.

3년 후 똑같은 부탁을 친구들에게 했을 때 친구들은 오히려 내게 다시 물었다. “너 아직도 그거 하고 있냐?” 친구들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집에서도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이 서른이 다 되어가는 장남이 변변한 직업도 하나 없이 지내는 것이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때 생각 난 우화가 있었다. 개미와 베짱이. 내 친구들은 개미였고 나는 베짱이였다.

나는 1년 내낸 노래만 부르면서 놀다가 때가 되면 친구를 찾아가서 친구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베짱이였다.

▲ 현대판 개미와 베짱이=20세기의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는 이랬다. 그러나 21세기의 개미와 베짱이는 좀 다르다.

소설가이자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선생님의 ‘젊음의 탄생’이라는 책에는 현대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소개된다.

봄, 여름, 가을 내내 열심히 일만 한 개미는 겨울이 되자 과로사로 죽고 만다-일본판
개미는 찾아 온 베짱이를 위해 음식을 절반으로 기꺼이 나눠 준다. 그러나 둘이 먹기에는 음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둘은 함께 굶어 죽는다-소련판
개미를 찾아 갔지만 아무 음식도 얻지 못하고 쫓겨난 베짱이가 슬픈 마음을 노래하다가 음반 기획사 눈에 들어 가수로 입문하게 되고 이후 크게 성공한다-미국판

이것은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실제로 21세기는 달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21세기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만 한다고 성공하는 시대가 아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쥬라기 공원의 흥행 수입이 현대자동차 1년치 수입을 능가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 뿐 아니다. 해리포터로 유명해진 작가 조앤 캐슬린 롤링의 1년 수입은 삼성전자의 1년 순수입보다 많다고 조선일보에 소개된 바도 있다.

세계는 이제 문화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문화산업이라는 말도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제 베짱이가 돈을 불러들이는 존재가 됐다는 뜻이다.

▲ 노는 놈이 되자=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처럼 새로운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문화산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제주도도 역시 문화, 관광, 교육, 의료산업 등을 육성해서 제주가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인재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

공자는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내가 생각할 때 낙지자는 노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잘 노는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
공부 잘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서 높은 연봉 받는 인재까지는 많이 키웠을지 모르겠으나 그 이상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인 하버드 대학 학생처에 최근 새로 생긴 보직이 있다. 다름 아닌 ‘놀이의 황제’라는 직책이다. 이 직원은 1년 내낸 어떻게 하면 학생들을 놀게 할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학생의 적성을 살릴 수 있도록 자유분방한 분위기 속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명문학교들은 이런 방법으로 ‘노는 인재’를 키우고 있다.

노는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평생을 개미로 살아가는 사람은 이제 없다. 요즘 어떤 직장은 40대 중반만 되면 퇴직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는 점점 더 빨리 베짱이로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베짱이로 살아가는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이 때문에 갑자기 퇴직을 한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한다. 혼자 놀 줄을 모르기 때문에 남들을 따라 등산을 가거나 술을 마시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이것은 노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노는 사람은 성공할 수 없다-미쳐야 미친다=요즘은 노는 사람이 많아서 어설프게 놀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 이제는 공자님 말씀에 한 구절을 더 붙여야 할 때가 왔다.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낙지자 불여광지자’
자기 일에 열정을 바치고 미친 듯이 집중해서 일 하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강수지는 미친 듯이 춤 추는 여자, 김연아는 미친 듯이 스케이트 타는 여자다.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함평 나비축제를 성공으로 이끈 군수는 나비 축제의 성공 요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함평에는 나비에 미친 주민들, 공무원들이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비축제에 오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기 때문에 해마다 업그레이드되고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나비축제가 함평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유다.

재정자립도 14%에 주민의 7,80%가 노인으로, 농사가 아니면 먹고 살 길이 막막했던 함평군은 나비축제의 성공으로 이제는 나비 이름을 딴 쌀 브랜드까지 개발,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처음 우리 사회는 개미가 베짱이를 먹여 살렸다. 그러나 이제는 베짱이가 개미를 먹여 살리는 시대가 왔다.

관광도 20세기와 21세기는 다르다. 제주의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건강 걷기를 하러 오는 것인가. 아니다.
나도 올레길을 걸어 봤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길을 본 적이 없다. 숲만 있거나 산만 보이는 길은 많다. 강가를 걷거나 바다가 보이는 길도 많다.
하지만 제주의 올레길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길이다. 다행히 아직 개발이 안 돼 있어 천연의 아름다움이, 자연스러움이 보존돼 있다. 이국적인 풍경도 간직하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올레길의 아름다움을 잘 모를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봐 온 것이었기 때문에 그럴 법도 하다. 그러나 올레길에 미친 한 사람의 노력으로 올레길은 빛을 보게 됐고 지금은 전국적인 관광지로 인정받고 있다.

돌에 미친 사람 이야기는 아는가. 제주시 초천읍 교래리에 자리 잡은 돌문화공원을 만든 분에 대한 이야기를 감명 깊게 들었던 기억이 있다.

사진작가 김용갑을 아는가. 제주를 너무 사랑해 제주에 미쳐 루게릭병에 걸려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용눈이 오름을 향해 셔터를 눌렀던 그였다.

이처럼 제주가 발전하려면 도민.타지인 할 것 없이 제주에 미친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제주는 성장 잠재력을 많이 갖고 있는 지역이다.
오름, 유채꽃, 해녀, 방언, 귤, 말, 깨끗한 공기, 맑은 물, 바람, 한라산, 바다...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먹여 살리는 것 들이고 제주가 국제자유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것 들이다.
이런 소중한 자원에 애착을 갖고 발전 시켜 나가려는 미친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제주도에도 노는 사람과 미친 사람이 적당히 어우러져야 한다. 일만 하는 사람만 있어도 안되고 미친 사람만 있어도 안 되는 것이다.

21세기에는 개미와 베짱이를 합친 ‘개짱이’ 같은 인재들을 많이 육성해야 성공할 수 있다.<정리=조정현 기자>

알림=2009 제주글로벌아카데미 16차 강좌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허태학 삼성석유화학 사장을 초청, ‘지속적인 변화, 혁신, 창조’를 주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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