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한동리에 사는 정인학 할아버지(75)는 흔히 말하는 ‘독거노인’이다.

홀로 생활하고 있는 정 할아버지의 생활비는 인근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한달동안 일하고 받는 20만원이 전부로 구좌읍사무소가 장애인 일자리 사업으로 마련해준 것이다.

밥 한 공기로 세끼를 나눠 먹어야 할 만큼 어려운 생활이지만 제주에 뿌리내리고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매일 아침 한동리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있다. 2년간 매일 해온 청소 덕분에 마을에서 정 할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정 할아버지가 지난 4월 28일 복지관에서 경로잔치 행사를 준비하다 계단에서 굴러 다쳤다. 동료 할아버지와 복지관 관계자들이 모두 보고 있을 때였다.

몸이 부서질 만큼 아팠지만 다음날부터 다시 복지관으로 일을 나갔다. 혹시나 일을 하지 못해 20만원을 받지 못할까 걱정됐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이웃주민에 의해 일주일만에 제주대병원에 입원했지만 이마저도 나날이 늘어가는 입원비 걱정에 한 달이 못돼 퇴원했다.

물론 병문안 한번 오지 않는 복지관 관계자들을 원망하지도 않았다. 더 힘든 사람들을 돕기 위해 늘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늙고 돈이 없는 자신을 한탄했다.

뒤늦게 마을 주민과 독거노인생활지도사 등을 통해 정 할아버지의 소식을 들은 구좌읍사무소는 지난달 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질긴 것이 사람 목숨이라고 늙은 몸이 죽지도 못하니.... 늙고 돈 없는 제가 잘못입니다.”

저소득층의 내일을 여는 희망복지 실현과 고령화 시대 삶을 주도하는 당당한 노년준비라는 제주도 복지당국의 올해 운영방향은 물론 저소득 소외계층의 생활여건 향상 및 자활의욕 고취라는 복지관의 설립목적이 무색한 한 달 이었다.

복지정책은 책상에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길 바란다.

<현봉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