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과 왕벚꽃이 어우러지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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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한 송이 붉은 꽃이 눈 오는 밤에 비치니 / 봄소식을 어찌 나뭇가지 보고 알 수 있나

꽃다운 맹세 홀로 매화와 맺었으니 / 고고한 그 꽃 보고 적적하다 말을 말라’

조선 중기의 정치가이며 학자였던 김성일의 한시(漢詩) ‘동백꽃’ 중 한 편이다.

김성일은 이 시에서 동백꽃이 한겨울 눈 속에서 핀 것은 매화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동백꽃의 고고함을 칭송하며 선비의 절개를 표현했다.

▲동백꽃은 4·3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붉은 동백꽃이 통째로 떨어지듯 제주 4·3의 영혼들이 피를 흘리며 차가운 땅으로 소리없이 스러져 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주 출신 강요배 화백이 1992년 그린 4·3 연작 ‘동백꽃지다’가 계기가 됐다.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동백꽃이 제주도민과 전 국민들의 가슴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담아 피어나고 있다. 4·3 희생자들을 추모·위로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하나가 되기 위함이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소셜미디어협의회 등은 4·3 70주년을 추모하고 전국화하기 위해 동백꽃 달기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영화배우 정우성, 안성기, 곽도원 등 톱스타들의 참여로 국민적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캠페인은 4·3 추모 기간인 다음 달 10일까지 이뤄진다.

▲김성일의 동백꽃은 엄동설한을 함께 이겨낸 매화와 동지적 관계다.

그렇다면 제주 4·3의 동백꽃은 홀로 피었을까. 아니다.

4·3 동백꽃에게는 70 평생 애환을 같이해 온 제주왕벚꽃이 이웃이자 절친이다.

제주가 자생지인 왕벚꽃이 매화와 닮은 것도 우연이 아닌 듯싶다.

제주왕벚꽃이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트린다.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제주시 전농로와 애월읍 장전리 등에서 펼쳐지는 제주왕벚꽃 축제는 4·3 희생자들의 영혼을 달래고 극락으로 인도하는 씻김굿 한 판으로 승화할 것이다.

동백꽃이 4·3의 아픈 역사를 추모하는 꽃이라면 제주왕벚꽃은 제주도민과 국민들에게 새 출발과 희망을 알리는 꽃이 되지 않을까.

동백꽃과 왕벚꽃이 어우러지는 제주의 봄이 열리고 있다.

4·3 희생자들의 한(恨)과 상처를 보듬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4·3 70주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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