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자치도 완성 ‘천재일우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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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천재일우(千載一遇)는 ‘천년에 한 번 만난다’는 뜻의 사자성어다. 좀처럼 얻기 어려운 기회를 일컫는다. 중국 동진(東晉)시대의 학자 원굉(遠宏ㆍ328~379년)이 쓴 말이다. 그는 빈한(貧寒)한 삶을 살아가는 시골의 한학자였다. 그러다 좋은 주군(主君)을 만나 태수(太守)의 자리까지 오르며 수많은 시문을 남겼다.

그중 삼국명신서찬(三國名臣序贊)이 유명하다. 이 책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위(魏), 촉(蜀), 오(吳) 세 나라를 세운 공신(功臣) 20명에 대한 행장기(行狀記ㆍ일생의 행적을 적은 기록)이다. 원굉은 현명한 임금과 어진 신하가 만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을 알고 책의 서문에서 이렇게 비유했다.

“말의 상을 잘 보는 주나라의 백락(伯樂)을 만나지 못하면 천년을 가도 천리마(千里馬)가 하나 생겨나지 않는다. 지혜로운 군주와 지략이 뛰어난 신하가 만나는 것은 천년 만에 오는 기회로 그 누가 기뻐하지 않겠는가.(千載一遇 賢智之嘉會ㆍ천재일우 현지지가회)” 천재일우의 유래다.

▲만약 천재일우를 수학적 개념으로 풀이해 그 확률을 따진다면 얼마나 될까. 숫자를 읽는 수사(數詞)엔 ‘만(萬), 억(億), 조(兆), 경(京), 해(垓), 자(梯), 양(壤), 구(溝), 간(澗), 정(正), 재(載)’ 등이 있다. 서양에선 수의 단위가 천의 배수로 증가하는 데 반해 동양에선 수의 단위가 만의 배수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만(10의 4제곱)의 11번째인 재는 10의 44제곱이 된다. 그러니 재에 천(1000)이 곱해진 천재는 10의 47제곱이나 되는 큰 수이다. 따라서 천재일우는 ‘10의 47제곱 분의 1의 확률’로, 요즘으로 치면 로또복권보다도 휠씬 낮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4만 분의 1’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어느덧 12년이 됐다. 하지만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특별자치도의 완성은 아직도 요원하다. 정부가 타 시도와의 형평성 등을 핑계로 자치입법권ㆍ조직권ㆍ행정권ㆍ재정권 등의 이양을 번번히 거부해 왔기 때문이다. 무늬만 특별자치도란 지적이 그간 제기돼 온 이유다.

거기엔 제주특별자치도의 법적 지위가 헌법이 아닌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탓이 매우 크다. 한데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 즉 특별지방정부를 헌법에 명시할 수 있는 호기(好機)가 왔다. 30년 만에 개헌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로선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천재일우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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