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삼춘들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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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시골 동네 삼춘들이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고향을 찾으면 한두 분쯤 올레길에서 마주치곤 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던 터라 반가워하셨다. 그런 삼춘들이 보이지 않았다.

궁금증은 지난 설날에 풀렸다. 몇몇 삼춘은 무릎이 좋지 않아 집 안에 있지만, 다른 삼춘들은 치매 증상을 보여 요양원에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시골 동네 주변에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요양원들이 많이 들어섰다. 평소 정정했던 분들이다. 특히 여성 삼춘들은 농사와 바다 일을 동시에 했던 여장부다.

그런 삼춘들이 요양원에 있다. 드라마 같은 자신의 인생 역정을 알고는 있을까.

▲동네 삼춘들의 지금 상황이 비단 나의 고향 시골만이 아닐 것이다. 처가 동네를 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누구나 치매 심각성을 따끔하게 체감하고 있다. 현재로선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 때문에 이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하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65세 이상에서 10% 정도의 유병률(치매발생확률)보이고 있다고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 확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높다. 더욱이 제주지역은 11.2%로 전국에서 상위권이다. 치매 유병률은 연령 증가에 비례한다. 65세를 기준으로 나이가 5세씩 증가할 때마다 유병률은 2배씩 늘어난다. 궁극적으로는 80세 이상이 되면 10명 중 3명 정도가 치매를 앓는다. 한 쪽 귀로 듣고 한 쪽 귀로 흘러 넘길 사안이 아니다. ‘사람은 모두가 미래에는 노인이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런 가운데 치매 예방을 위해선 근력 강화, 균형잡기 등 정기적인 신체 활동을 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이 밝힌 ‘일어나 걸어가기’조사에 따르면 의자에서 일어나 3m를 걷고 다시 돌아와 앉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0초를 넘으면 그 이하인 사람보다 향후 6년간 치매 발생 가능성이 34% 높았다. 다리의 근력, 보행속도,균형감각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다.

이제는 어르신에게 “집안에만 가만히 계십시오”하면 자칫 불호령을 들을 수 있다.

동네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삼춘들을 올레에서 뵙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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