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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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사과(謝過)만큼 잘하기 어려운 것도 드물다. 자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무엇보다 진정성이 사과의 요체여서 그럴 것이다.

사과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 가운데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쓴 케네스 블랜차드의 후속작이다. 진실성 없는 사과를 일삼는 사람은 결국 나락의 길로 빠지게 된다는 메시지가 골자다. 그렇듯 누구나 잘못을 하게 마련이지만 진실을 고백하는 데는 머뭇거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과를 할 때도 그 요령이 필요하다고 한다. 심리전문가들은 자신의 잘못을 명확하게 말하고, 얼굴을 마주 보며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타이밍도 잘 맞춰야 한다. 가급적 빠른 시간 내에 사과하는 것이 감정의 앙금을 쉽게 걷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근래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과문 쓰는 법’이라는 글이 화제다.

사과문을 쓸 때 들어가야 하는 필수항목이 있다. △나는 누구인가 △언제 어디서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가 △누구에게 피해를 끼쳤는가 △얼마나 반성하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이 일에 책임을 지겠는가 등이다.

반대로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도 몇가지 있다. △본의 아니게 △오해다 △몰랐다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앞으로는 신중하게 등이 있다. 주목 가는 건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이 제시한 ‘사과의 다섯 가지 언어’와 그 맥을 같이한다는 점이다. ‘미안해’ 뒤에 ‘하지만’ ‘다만’ 같은 변명을 붙이지 마라, 무엇이 미안한지 구체적으로 표현하라,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명확히 하라, 개선 의지나 보상 의사를 밝히라,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용서를 청하라 등이다.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연루된 사과문마다 약속이나 한 듯 앞의 공식과는 동떨어져 기가 막힌다.

‘제2의 이윤택’이라는 박중현 교수나 유명배우 조재현과 조민기 역시 모두가 동문서답이다. 무엇보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뭉뚱그려 넘어갔다. 그러면서 ‘모든 걸 내려놓는다’ ‘남은 시간 자숙하며 살겠다’는 표현으로 끝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내용도 없다.

한 피해자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요청했다. “왜 이제서야 말하냐고 묻지 말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해 달라.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 가슴 아픈 일들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나는 그런 적이 없었는지 반추하며 아직 불안에 떠는 이들이 많다고 본다.

사과는 변명이 아니라 책임 있는 ‘리더의 언어’로 진화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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