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늙어가는 제주, 사회적 돌봄 시스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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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부국장대우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아서 클라인만 미국 하버대 교수는 “고령화에 따른 치매와 우울증 등 노인 질환의 급증은 이미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며 “한국처럼 급격한 고령화를 겪는 사회에서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 문제를 사회·인류학적 차원에서 분석하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평가받는 그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10년간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기도 했던 사연과 함께 “내가 잠시만 한눈을 팔아도 유리 탁자를 깨트려 다치거나, 기차역과 열차 사이 구멍에 떨어지려 했다“며 “가족 중 누군가가 치매를 앓으면 가족은 잠시도 방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개인이 고통을 겪으면 단순히 그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고통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사회 공동체가 고통 받는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걱정처럼 한국뿐 아니라 제주사회가 빨리 늙어가고 있다.

2007년 말 제주지역 65세 이상 인구는 6만1734명으로 전체 인구 55만9258명의 11.03%를 차지했다.

10년 후인 2017년 말 65세 이상 도내 인구는 9만3117명으로 전체 65만7083명의 14.17%다. 10년 동안 3만1333명이 늘었으며 전체 인구 중 비중은 3.14%포인트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중 사회적 관심이 더 필요한 80세 이상 인구는 이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2007년 12월 말 도내 80세 이상 인구는 1만1117명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8.0%의 비중을 보였다. 2017년 말 80세 이상 인구는 2만2564명으로, 65세 이상 인구 중 중 25.3%를 차지했다.

10년 동안 80세 이상 인구 수로는 갑절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인구 중 비중도 크게 늘었다.

80세 이상 인구 비중은 제주가 전국서 세 번째로 높고, 85세 이상은 두 번째로 높아 빠르게 늙어가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제주에서는 동지역보다 의료시설을 비롯한 각종 노인복지시설이 열악한 농촌지역에 고령인구 비중이 높아 이들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관심이 더 절실한 상태다.

제주지역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치매 인구도 전국 상위권에 속해 있어 노인 돌봄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최근 중앙치매센터가 발간한 2017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치매환자는 1만4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제주지역 1000명당 치매 발병확률(유병률)은 11.17%로, 전남(11.33%), 충남(11.20%)에 이어 전국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80세 이상이 43.6%로 가장 많았으며, 65~69세 5.8%, 70~74세 6%, 75~79세 18.6%였다.

제주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치매환자도 더욱 증가하기 마련이다.

치매는 해당 환자의 가정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불행이다.

다행히 최근 정부가 치매 의료비의 90%를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치매국가책임제’를 실현하기 위한 치매연구개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들이 치매 치료 등에 대한 부담을 실질적으로 경감할 수 있도록 10년간 근본적인 치매 해결을 위한 연구개발에 총 1조1054억원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치매국가책임제 발표 이후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아서 클라인만 교수가 강조했듯 치매는 개인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과 함께 사회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가의 정책과 사회적 관심, 포용이 뒷받침될 때 제주가 빨리 늙어가지만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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