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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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수필가

새해 벽두부터 들이닥친 한파와 폭설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었다. 41년 만이라 한다. 더구나 날씨가 들쑥날쑥해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이 따랐다. 빗나간 일기예보에 이래저래 혼쭐나는 건 기상청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순간순간 변하는 천기(天氣)를 정확하게 맞추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기상캐스터인 K 통보관의 말에 의하면, 날씨가 정확하다면 ‘확보’라고 하지 왜 ‘예보’라고 하겠나.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 현상에 불확실성이 있게 마련이라는 푸념이다.

기상청에 대놓고 항변할 일만은 아니다. 자연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지난달 폭설로 길은 빙판으로 변했다. 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은 접촉사고를 내기도 하고, 미끄러워 운전을 포기하고 차를 방치한 채 돌아서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은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고 한다.

나도 약속이 있어 차를 두고 시간에 늦지 않게 서둘러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버스는 빙판길을 거침없이 달렸다. 손수 운전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니, 포근하고 그렇게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여태껏 대중교통에 관심이 덜했는데,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새삼 실감할 수가 있었다.

제주도 대중교통 체제 개편은 30년만의 일이다. 대중교통 체제 개편을 할 때만 해도 ‘그대로 놔두지 왜 긁어 부스럼 만드느냐’는 불평불만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당연지다. 고정관념처럼 오랫동안 몸에 밴 생활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낯선 버스 노선으로 인해 익숙하지 못한 시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고, 홍보가 미흡한 점도 한몫 거들었다. 이런저런 쓴 소리를 받아들이면서도 개편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제주도는 관광객과 급증하는 인구 증가로 인해, 차량 대수가 하루에도 수백 대씩 늘어나고 있다. 길은 차들로 홍수를 이루고, 내연으로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다. 주차, 교통난도 갈수록 심해지고, 교통사고율도 전국 1위란 불명예를 안고 있다.

지난달 1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지난해 대중교통 현황 조사에 따르면, 제주도내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전국 17개 시도 중 1위를, 교통문화지수 평가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는 대중교통 체계 개편 이후 교통문화지수가 크게 올라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시민들이 불편을 감내하면서도 대중교통 체제 개편에 빨리 적응했다는 증거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변화한다는 것은 어렵고 힘들다. 그러나 청정 제주를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호주의 멜버른시에 간 일이 있다. 아름다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내 대중교통 수단은 전차가 유일하다. 요금은 누구나 무료다. 공기도 맑고 공해도 없다. 서로가 자연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민이 합심 노력한 결과다.

어떤 제도를 만들어도 모든 사람에게 100%로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 조금씩 양보하고 불편함을 감내해야 한다.

눈앞의 편리함만 추구하다 보면 몇 년 후에는 차가 애물단지로 변해 불편한 점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위해 긍정적이고 인내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불편한 점을 하나하나 고쳐나가다 보면 쾌적한 대중교통문화가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세계의 보물섬, 청정 제주의 첫걸음은 대중교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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