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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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협, 제주시 추자면사무소
추자면사무소 발령 첫날 아침, 면장님이 횡간도에 겨울 가뭄으로 우물이 말라 식수를 공급하고 오라고 했다.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고 마음만 급했는데, 직원들은 으레 하는 일인 듯 수협에 협조를 받아 운반선에 물을 실고 소방파출소에는 소방호스, 소방펌프를 빌려 출발 준비를 마친다.

도착한 횡간도는 꿈에서 본 듯한 섬이었다. 8가구 13명이 거주한다. 빈집이 많이 보였다.

직원들은 일사분란하게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50m 높이에 설치된 식수탱크에 물을 채운다.

사는 모습이 궁금하여 집을 기웃거렸다. 모자인지 부부인지 언 듯 봐서는 모를 듯 한 노인 두 분이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방금 잡아온 큼지막한 감성돔 3마리를 손질하는 늙은 아들과 백발의 모친이었다. 아들이 부엌으로 간 사이 할머니 옆에 앉아 겨울의 따스한 볕을 쬐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한숨소리에 마음이 눌렸다.

손질한 감성돔으로 이웃 민박집에서 점심을 대접 받았다. 민박아주머니가 발령받아 첫날 감성돔 회맛을 본다고 영광인줄 알란다.

오늘 행정공무원으로서 이론이 아닌 실질적으로.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내가 지금까지 20여년 종사했던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애정을 느꼈다.

단지 추자면 관할 유인도에 시급한 급수를 공급했다는 일련의 사건 때문이 아니라 늙은 모친을 모시고 사는 아들의 모습에서, 한숨짓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삶의 동질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살고 싶고, 웃고 울고 싶어졌다.

추자면 근무 첫날, 지금까지 공무원으로 살아왔던 20년이란 세월 저변에 깔려있던 가슴 답답함의 이유를 조금은 안 것 같다. 더불어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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