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단일팀인가
누구를 위한 단일팀인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분단 이후 남북이 꾸준히 교류해온 분야가 있다면 단연 스포츠다. 1990년대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다.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 파장에도 스포츠 교류만큼은 계속됐다.

그런 영향으로 지금까지 남북 단일팀의 예는 딱 두번 있다. 모두 1991년의 일이다. 그해 4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이 단일팀으로 출전한 것이다. ‘코리아’라는 팀 명칭과 하늘색 ‘한반도기’가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한국의 현정화와 홍차옥, 북한의 리분희와 유승복으로 구성된 단일팀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이 감동 스토리는 2012년 영화 ‘코리아’로 이어졌다.

단일팀은 그해 6월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로 이어져 8강 진출이라는 호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해빙 무드로 ‘스포츠는 작은 통일’이라는 유행어를 낳았을 정도다.

▲27년 만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논의가 기정사실이 됐다. 허나 놀랍고 반가움이 컸던 예전과 달리 이 사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거세다. 숱한 말들이 오가는 건 적잖은 문제가 야기된다는 방증이다.

실제 단일팀에 대한 여론이 싸늘해 보인다. 특이한 건 문재인 대통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온 20~30대 젊은 층이 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많은 네티즌이 “지난 대선 때 한 표를 찍었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의도는 좋지만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그렇더라도 단일팀 관련해선 ‘무임승차’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이게 과정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하는 일인가라는 물음이다.

▲기원전 고대 올림픽이 8년 주기에서 4년으로 바뀐 건 빈발하던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올림픽은 이렇게 평화와 화합을 추구하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지금도 국가 간 스포츠교류는 화합과 소통 같은 결과를 낳는 게 보통이다. 남북한 관계에서 스포츠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온 이유도 그럴 터이다.

하지만 이번 단일팀 구성은 여러 면에서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시중의 여론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선수들과의 진정한 소통 없이 나라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라는 정부 방침이 시대착오적 느낌마저 준다.

정권은 평창이 정치판으로만 보일런지 모르겠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태어난 게 아니다. 왜 그들의 권리를 멋대로 빼앗는가. 정상적인 나라라면 우리 딸들의 땀과 열망을 지켜줘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