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사피엔스는 치명적인 종이다.”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가 그의 역저 ‘사피엔스’에서 인간을 정의한 문장 중 하나다.

유발 하라리는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공부하고, 현재는 예루살렘의 히브리 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역사학자이다.

그는 저서 ‘사피엔스’를 통해서 변방의 유인원이었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그가 제공하는 풍부한 역사적 사례들과 함께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유의미함과 동시에 짜릿한 지적 유희가 될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속(사람 속)에 속하는 사피엔스 종(슬기로운 사람 종)을 의미한다. 종은 생물학적 분류에서 교배를 통해서 번식할 수 있는 생물군을 의미한다.

다른 종에 속하는 생물들끼리는 성적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억지로 교배를 시킨다고 해도 번식이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종들의 공동 조상을 기준으로 같은 속으로 다시 분류한다. 인류 혹은 인간이란 말은 이 호모속에 속하는 생물군을 지칭한다.

137억 년 전에 우주가 생겨났다. 45억 년 전에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났다. 38억 년 전에 지구에 생명체가 생겨나고, 600만 년 전에 인간과 침팬지의 공동 조상이 존재했다. 이후 호모속에 다양한 종들이 진화했다.

호모 에렉투스(똑바로 선 사람),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네안데르 골짜기에서 온 사람), 호모 에르가스터(일하는 사람) 등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사촌격인 셈이다.

몇 만 년 전만해도 최소한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지만, 지금 살아남은 인간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뿐이다. 강한 근육도 날카로운 이빨도 없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살아남아서 이렇게 번성했을까?

유발 하라리 교수의 분석은 이렇다. 호모 사피엔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상상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 상상력을 이용해서 여러 가지 상징들을 만들어 내고, 그 상징들을 구심적으로 해서 협동하는 체제를 만들어 냈다.

보이지 않는(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예수와 부처, 알라의 영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종은 호모 사피엔스밖에 없다.

더 크고 힘이 세다고 해도, 한 개체가 이렇게 단결된 조직을 당해낼 수는 없다.

인간은 똘똘 뭉친 조직을 만들면서 협동했고, 인간을 위협하는 다른 종들을 멸종시키면서 번성했다.

4만5000년 전에 사피엔스가 호주에 정착했을 때 호주의 대형동물(적어도 인간만큼 몸집이 큰 동물)들이 멸종했고, 1만6000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을 때 그 대륙의 대형 동물들은 대부분 멸종했다. 우리는 이렇게 치명적인 종이었다.

현재 인간의 능력은 수 만 년 전 인간의 능력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다른 종을 멸종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고, 모든 종들이 기생하고 있는 숙주인 지구도 단번에 끝장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사피엔스의 과학기술은 지구를 천국으로 만들 수도 있고, 지옥으로 만들 수도 있다.

우리의 힘이 커지는 속도만큼 우리는 슬기로워 지고 있을까?

우리는 인공지능과 로봇, 사물 인터넷과 유전공학을 비롯한 눈부신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고 있지만, 이런 발전의 결과들이 우리가 살아갈 지구를 더 좋아지게 할 것인가?

이제 우리는 우리 종의 능력을 키우는 차원의 슬기로움을 넘어서, 우리 종의 능력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사용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우리가 치명적인 종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사피엔스는 우리가 붙인 말이지만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이름에 걸맞게, 한 사피엔스로서 다른 사피엔스의 슬기로움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