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통령의 신년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1941년 1월 1일 발표한 이후 한동안 신문 1면에 돋보이게 실려왔다.

특히 정치·경제·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있을 때마다 내용을 달리해 발표됐다.

정당, 기업체, 지방자치단체 등 각계에서도 신문이나 자체 발행하는 소식지를 통해 새해 설계나 각오 등을 담은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신년사에는 특별한 양식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기관·단체장이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아 1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 구상을 담는다.

조직 구성원은 물론 해당 기관·단체와 관련된 인사들이 연초에 발표되는 신년사에 민감한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근래 들어 매년 발표되는 신년사 형식이나 내용 또한 엇비슷해 아무런 감동이나 느낌을 받을 수가 없다.

새해를 맞이하여 하는 공식적인 인사말이 언제부터인가 내용이 천편일률적으로 고정화된 느낌이다.

주변 환경은 나날이 변화하는 가운데 어쩌면 이리도 매년 한결같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귀포시장의 신년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상순 시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행정의 시작과 끝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현안 해결을 위해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소통 강화’는 2014년 양병식 전 시장의 신년사 이후 매년 반복되는 레퍼토리다.

특히 현을생 전 시장이 2016년 신년사에서 “모든 행정의 시작과 끝은 현장에 있다. 민생현장 방문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내용에서 일부 문구만 바뀐 채 올해도 똑같이 등장했다.

이쯤 되면 ‘현장 소통 강화’가 어느 해 어느 시장의 신년사인지 종잡을 수 없다.

‘소통과 현장 중심의 시책을 적극 추진해 감귤소득 1조원 시대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이 시장의 올해 신년사는 현 전 시장이 2015년 신년사에서 밝힌 ‘2020년 감귤 조수익 1조원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내용과 같은 내용이다.

복지시책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은 2011년 고창후 전 시장의 신년사 이후 매년 빠지지 않는 단골로 등장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시책 추진’, ‘촘촘한 복지 안전망 구축’, ‘복지시책 강화’, ‘따뜻한 복지 실현’, ‘따뜻한 복지 공동체 실현’이 올해 들어서는 ‘행복하고 따뜻한 복지·교육 실현’으로 표현됐다.

매년 신년사에서 언급된 ‘세계 최고의 녹색 휴양도시’, ‘체류형 관광지 조성’, ‘품격 높은 문화관광도시’, ‘친환경 안전도시’라는 표현도 올해에는 ‘문화·관광·체육도시’로 집약됐다.

서귀포시장 신년사를 꼼꼼하게 분석해 보면 2015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도심권 주차을 해소하겠다’는 내용도 빠지지 않았다.

감귤을 비롯한 1차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시키겠다는 약속도 신년사에 나오는 단골 메뉴다.

이쯤 되면 매년 이맘 때마다 과거에 내놓았던 신년사가 재탕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는 자화자찬에 이어 ‘복지, 문화, 관광, 1차산업, 주차환경 등을 두루 언급하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식상한 신년사가 반복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도 누적되고 있다.

신년사를 통해 시장이 전하는 메시지에 감동이 없다면 기대했던 시민들의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다.

특별히 가슴에 와닿지 않는 역대 서귀포시장의 신년사에 주는 점수가 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년에는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걸맞은 신년사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