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구부(上下俱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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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2018년 새해가 밝았다. 황금 개띠 해인 무술년(戊戌年)이 시작된 게다. 각급 기관ㆍ단체와 기업들은 올해 첫 출근일인 2일 일제히 시무식을 갖고 힘찬 새 출발을 다짐했다. 이자리에서 기관ㆍ단체장들과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 희망과 각오를 내비쳤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건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사자성어(四字成語)였다. 성어는 주로 옛 이야기에서 유래돼 비유적인 내용을 함축한다. 상황, 심리, 기대감 등을 묘사하며 사회상을 반영하거나 정치적 표현을 풍부하게 해준다. 새해 화두를 짧고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

연초부터 회자되는 사자성어는 한 해의 방향성과 목표를 정해 구성원들에게 희망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함께 힘을 모아 같은 목표로 마음과 덕을 같이하자’는 동심동덕(同心同德).‘같은 배를 타고 고난과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해 희망의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동주공제(同舟共濟) 등이 대표적인 예다.

개와 관련된 성어론 견마지심(犬馬之心)이 눈에 띈다. ‘개나 말이 주인을 위하는 마음’이란 뜻이다. 사기(史記)에 나온다. ‘진실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노력한다’는 의미다. 비슷한 말론 ‘더 낮은 자세로 최선을 다한다’는 견마지로(犬馬之勞), ‘상대방에게 정성을 쏟는다’는 견마지성(犬馬之誠) 등이 있다.

▲필자도 새해를 맞아 사자성어 하나를 추천한다. ‘모든 사람이 함께 잘 살자’는 상하구부(上下俱富)가 바로 그 것이다. 이 성어는 순자(荀子)의 부국편(富國篇)에 등장한다. 순자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유학자로 성악설(性惡說)을 주창한 인물이다.

그는 다 같이 잘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백성들에게 일을 시킬 때 여름엔 더위를 타게 하지 않고, 겨울엔 추위에 얼지 않게 하며, 급할 땐 힘을 상하지 않게 하고, 농사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한다. 일이 이뤄지고 공을 세우게 하는 건 바로 상하가 함께 잘 살기 위함이다.”

그 글귀는 ‘使民夏不宛喝 冬不凍寒 急不傷力 緩不後時 事成公立 上下俱富(사민하불완갈 동불동한 급불상력 완불후시 사성공립 상하구부’이다. 한 마디로 백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들을 위한다면 위아래 모두가 고루 잘 살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위정자(爲政者)들이 깊이 새겨들어야 할 성어인 싶다.

중국 제나라의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관중(管仲)은 “재산이 늘어 백성이 풍요로우면 예절을 알고, 백성이 즐겁고 편안하면 나라의 정치가 흥성한다(積貨豊民知禮節 逸樂平安政治興ㆍ적화풍민지예절 일락평안정치흥)”고 했다. 무술년 한 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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