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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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어느덧 2018년 한 해도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맘 때 쯤이면 연초에 계획했던 일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늘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건 필자만의 고민은 아닐 듯싶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홈페이지 의정 활동에는 의안계류현황이 공개된다. 2014년 7월 출범한 제10대 도의회에 제출된 각종 조례와 동의안 등 안건 중에서 아직 처리되지 않은 내용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처리가 미뤄지거나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사안들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도민 사회에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뜨거운 감자’들이다.

눈길이 가는 안건들은 지난 3월 도의회에 제출된 ‘제주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동의안’, 2016년 8월 제출됐다가 자진 철회된 이후 지난 9월 다시 제출된 ‘한동·평대 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 2016년 4월 제출된 ‘대정해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 2014년 10월 제출된 ‘월령육상풍력발전지구 지정 동의안’, 지난 7월 제출된 ‘한국공항㈜ 지하수 개발·이용 변경허가 동의안’ 등이다.

최근에는 ‘랜딩카지노업 영업장소 면적 변경허가 신청에 따른 의견 제시의 건’, ‘신화련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 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 ‘프로젝트ECO 개발 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에 대한 논의가 보류되면서 미처리 안건에 포함됐다.

이들 사업 모두 환경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찬반 여론 등으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사안들이다.

그만큼 결정을 내리기 힘든 사안들이다. 도의회 차원에서 충분한 검토와 신중한 결론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십분 공감이 간다.

그러나 마냥 미룰 수만도 없는 일이다. 이제 제10대 제주도의회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 6월 13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앞으로 제대로 된 회기 운영이 어렵다. 본격적인 선거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도의회가 최근 마련한 내년도 연간 의회운영 기본일정에 따르면 2월 임시회 9일, 3월 임시회 7일 등 선거 이전 회기는 두 차례 16일에 불과하다. 4월과 5월에는 회기가 없고, 선거 직후 열리는 마지막 6월 회기도 8일 동안이다. 제10대 의회가 끝나기까지 남은 회기는 모두 24일뿐이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결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시간도 없다. 정치적인 판단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고, 11대 의회로 미루는 일도 벌어지게 된다.

제10대 도의회가 종료될 때까지 처리되지 않은 안건은 자동적으로 폐기된다.

현재 처리되지 않고 있는 안건들은 논란이 큰 만큼 제주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제10대 제주도의회의 마지막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불가피하게, 부득이하게 미뤄야 하는 사안도 있지만 의회가 명확한 가부 결론을 내려야 하는 사안도 있다. 의회가 명확히 판단해 문제가 없으면 통과시키고, 문제가 있으면 부결시키면 될 일이다.

결론을 내리지 않고 미루기만 하면서 안건을 제출한 기관과 사업자들은 “우리 속은 타들어 가는데 어디 가서 말도 할 수 없다”고 하소연 한다.

‘하루 물림이 열흘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어떤 일을 내일하겠다고 남겨놓는 사람은 그 일을 영원히 끝낼 수 없다’는 명언도 있다.

의회에서는 급하지 않다고 볼 수도 있다. 더 논의하고 더 충실히 검토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다. 하지만 역으로 의회의 책임회피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 제10대 도의회의 마지막 역할에 아쉬움과 후회가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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