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을 모르는 문재인 정부와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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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시인·수필가/前 애월문학회장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혹여 내가 미욱한 탓으로 타인이나 사랑하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자신을 뒤돌아다 보는 시간입니다. 나 자신의 지난 1년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라며 스스로를 경계했습니다. 필부로서는 감히 흉내조차 내기 힘듭니다. 죽는 날까지는 고사하고 일상에서도 부끄러운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부끄러워하고,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살아갑니다. 잘못을 했다면 고개를 숙이거나, 그도 아니라면 입이라도 다뭅니다. 오죽했으면 맹자는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했을까. 이것이 상식이고 사람과 동물의 차이도 이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아느냐, 모르냐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많은 지식인과 정치 지도자들이 부끄러움마저 느끼지 않는 모습에서 심한 절망감을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사치인 것 같습니다. 상식이 있다면 판단이 설 것 같은 사안에도 궤변과 견강부회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위정자들이 의외로 많은 걸 보면서, 상식과 정의의 원칙이 바로 서는 대한민국으로 가고 있는가 의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다운 세상으로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정의롭고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 취임사 천명의 바탕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의 작금의 적폐 청산 작업을 그 일환이라고 내세울지 모르겠으나, 정치 보복 논란의 한계를 뛰어넘는 더 미래지향적이고 국민 통합적 처방으로 추진돼야 하고, 공적영역의 신뢰 회복을 그 첫걸음으로 삼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이 정부에서 분노하는 일은 해경의 무능입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해체됐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 부활됐습니다.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지만 병든 시스템은 그대로였습니다. 선창 1호 전복사고 신고 녹취록의 대화 내용을 보면서, 그 절박함의 절규에 많은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해경청장과 해수부 장관의 국회 답변에서 구조출동 시간 등의 은폐와 궤변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작태는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부실 대응의 책임을 엄히 묻고, 적폐청산은 사회 곳곳에 고장 난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고쳐야 합니다. 이런데도 언론은 대통령의 구조에 최선을 지시하는 내용만 부각시키는 꼭두각시 방송을 해대고 있습니다. 그동안 각종 종편채널, 보도채널 등 언론은 사법부를 향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비판해 왔는데 이제는 ‘진보는 무죄, 보수는 유죄’라는 말이 나올 지경입니다.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것은 없습니다.

검찰의 이른바 적폐 수사는 전 정권, 전전 정권을 1년 넘게 뒤지는 것은 정치 보복으로 얼룩진 한국 정치사에 없던 일입니다. 청와대 하명수사라고 검찰 내부에서조차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피의사실 공표로 언론에 망신을 주는 식의 수사는 검찰의 적폐 중에 적폐입니다.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고 검찰개혁을 무산시키기 위한 노림수로 비치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어이상실이고, 권력기관의 부끄러움마저 느끼지 않는 모습에서 스스로의 자괴지심도 없는 것 같습니다. 사람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는 인본주의적 가치를 높이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공자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기라고 했습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 가슴속에서 촛불의 심지를 더욱 돋우어 부끄러움과 양심으로 사람다운 세상의 바탕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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