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비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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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부조금은 잔치나 상(喪)을 치르는 이웃을 도우려는 마음이 담겼다는 점에선 나쁠 게 없다. 오랜 미풍양속인 상부상조의 전통이 ‘돈 봉투’로 바뀌었다고 할까. 다만 너무 계산적이고 형식화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많든 적든 한 번 받으면 일종의 빚이 돼 언젠가는 되갚아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체면치레를 앞세우다 보면 부부 사이에 다툼이 나는 경우도 생긴다.

친함의 정도에 따라 봉투 속 내용이 달라져 센 부조, 작은 부조란 말을 하기도 한다. 근래엔 보통은 5만원, 친분이 두터우면 10만원은 담아야 한단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경조사비와 관련된 장부를 만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어쩌다 부조를 소홀히 했다간 낭패를 보기 일쑤다. 살다 보면 만나게 되는 게 사람인데 도리를 못했으니 낯이 뜨거워지는 게다.

▲우리 국민이 지난해 경조사비로 쓴 돈은 7조2700억원이라고 한다. 가구당 평균 50만8000원꼴이다. 실제론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마땅히 서민 가계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제주에선 큰일이 나면 집 마당에 천막을 치고 음식을 직접 마련해 손님들을 맞았던 게 불과 20여 년 전이다. 이젠 도민들도 크게 달라진 부조문화에 허리가 휜다고 이구동성이다.

농어촌이나 직장인 살림살이론 만만한 금액이 아니라는 얘기다. 수입이 별로 없는 사람은 빚지며 부조한다고 한숨이다.

심지어 경조사 보는 부담 때문에 자녀가 살고 있는 육지부로 이주한 퇴임 노부부의 얘기도 들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장년 이상의 연배들은 밀려드는 부조금 탓에 과부하가 걸릴 지경이다. 매주 여러 건의 경조사를 돌아보는 게 일과처럼 돼버렸다.

▲며칠 전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조사비 상한액을 조정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현행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춘 거다.

그간 10만원이란 액수가 은연중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 국민 부담을 키운 게 사실이다. 비명이 나올 지경이라는 국민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볼 때 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풍속은 ‘상풍하속(上風下俗)’이라 했다. 부조문화 개선에 지도층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개탄스런 거다.

우리 사회의 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꿈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어느 나라처럼 부의금을 통째로 기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일이다. 장례식장 밖에 모금함을 놓고 거기에 담긴 부의금을 고인의 이름으로 불우이웃에 전하는 것이다. 그러면 체면 따질 일도, 누가 얼마 냈는지 알 일도 없을 게 아닌가. 이참에 경조사비 거품부터 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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