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전, 우리나라는 정권 차원의 국정농단 사태로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다. 워싱턴포스트지(紙)를 비롯한 유수의 외신들은 조롱 섞인 투로 정치후진국으로 표현하였다. 선진국 진입을 앞둔 시점에 국가 경영의 후진성을 드러내면서 국격(國格)은 한없이 추락하고 만다. 급기야 촛불민심에 힘입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사람중심의 열린 정부를 내걸고 국가다운 국가를 구현하는데 공들인다. 사방에 널브러진 적폐들도 가차없이 떨구어내는 중이다. 사회 다방면에 변화가 감지된다. 연일 국정지지도는 이념과 세대를 넘어 고공행진이다. 세계인의 시선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외신들마저 호평 일색이다. 그 어느 때보다 나라가 획기적으로 바뀌고 나라답게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이런 가운데 크나큰 난제가 놓여 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의 위기다. 연이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우려스럽다. 체제불안과 민심이반이 심각하자, 내부결속과 미국으로부터 체제보장을 받으려는 술수이리라. 벼랑 끝 전술의 끝판이다. 미국 역시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사인 것 같다. ‘죽음의 백조’라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 편대를 동해 북방한계선까지 보내 무력시위를 감행한다. 여기다 선제타격설마저 모락모락 나온다. 동아시아 패권 다툼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리라.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그냥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이다. 강대강 대치로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형국이다.

역사이래로 전쟁은 파멸 그 자체다. 75년의 세월이 흘러 건만, 아직도 6·25 전쟁의 상흔은 잊을 수 없다. 3년여에 걸쳐 천만의 이산가족과 무고한 수백만의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고, 전국토의 80%가 잿더미로 변하였다고 한다. 어디 이뿐인가. 지구 반대쪽에 있는 시리아를 보자. 오랜 전쟁으로 천년에 걸친 인류 최고의 아름다운 문명도시 알레포가 완전히 파괴되어 죽음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이 잔혹한 전쟁 앞에 하느님의 모상(Imago Dei)인 존엄한 인간생명은 여지없이 소멸했다. 나아가 인고의 세월 동안 쌓고 다듬으며 일궈온 찬란한 문명마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려야 했다. 하루 온종일 죽음을 재촉하는 듯 음산한 사이렌소리와 비탄의 나락에 빠져 울부짖는 이들의 피끊는 통곡소리만이 처연히 들릴 뿐이다.

그러기에 고(故)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은 ‘평화호소’ 관련 연설에서 “전쟁은 하느님을 거스르고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죽음”이라고 강조했다.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도시 전체나 광범위한 지역과 그 주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는 인류 최고의 역병과 같은 범죄행위이다. 그것은 승자와 패자도 없이 다 같이 공멸하는 제로섬게임과 다름없다. 또다시 한반도에서 그런 참혹하고 야만스런 전쟁이 반복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우리 자신과 후손들의 생존과 운명을 위해 기필코 막아야 한다. 어떻게 쌓아오고 지켜낸 내 나라 내 땅이던가. 당장 미국과 북한의 끝모를 폭주를 막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가져올 혜안이 절실하다.

우선 지난 8월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에서의 ‘전쟁불가’와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한 ‘평화를 위한 운전자론’을 대내외적으로 천명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또한 우리 고장 출신인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의 역할 역시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 그는 한반도의 위기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용하고 부추기는 세력에 맞서 ‘무조건적 대화론’을 일관되게 주장해 오고 있다. 적어도 대화와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결자해지하려는 문재인 정부에 있어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여기다 국제사회도 무모한 북한의 도발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미국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선제타격 등에 대해선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아무쪼록 이런 다방면의 노력에 국민들의 마음까지 보태져 한반도에 드리워진 전쟁의 먹구름이 걷혀지길 진심으로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