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우리의 교통민도(民度)는 그렇다. 운전자는 보행자가 주의할 거라 생각해 전방 주시를 태만하고, 보행자는 운전자가 알아서 피할 것이라 여긴다. 마땅히 잘못된 안전의식은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른다. 제주지역 보행자 사망 교통사고가 위험수위다. 특히 12월이면 도로를 걷다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는 사례가 빈발하다고 한다.

최근 3년간 도내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를 보면 2014년 45명, 2015년 40명, 2016년 39명 등 124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265명)의 47%를 차지한다. 주목할 건 3년 동안 12월에 발생한 사망 교통사고 27건 중 보행자가 숨진 게 74%(20건)에 이른다. 교통사고로 숨지는 보행자가 12월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시간대로는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일출 때와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일몰 이후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또 보행 중 사망자의 70%는 주로 일주도로와 시내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감귤 등 농산물 수확철을 맞아 주민 활동이 많아진 데다 밤 시간대가 길어져 운전자들의 시야를 방해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를 대지 않더라도 보행자가 도로에서 비명횡사하는 건 순간의 방심이나 교통법규 무시가 부른 비극이다. 다시 말해 제주의 교통안전 낙제점을 보여주는 징표라 할 수 있다. 실제 동지역은 야간에 술 취한 상태로 무단횡단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읍·면에선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도로변에서 과속 차량에 의해 사고가 나는 게 대부분이다. 어찌 보면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의식 문제일 터다.

여기에다 열악한 보행환경도 간과할 수 없는 난제다. 도로 대부분이 보행자의 안전보다는 차량의 신속한 소통에 중점을 둬 만들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지 않는 도로도 아주 많다. 그러니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명색이 국제공인의 안전도시이건만 제주의 교통문화가 이렇다면 부끄러운 일이다. 결국 우리의 교통질서와 안전의식을 높여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운전자들이 교통약자인 보행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게 최선이다. 횡단보도와 그 주변에서 서행하는 운전습관이 출발점이라고 본다. 보행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