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집안에는 살아 온 시간만큼 물건들이 쌓여 구석구석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수긍이 간다.
12월이다. 아쉬움과 조바심이 나기도 하지만 무엇인가 마무리 할 기회를 얻은 달이기에 감사한 달이기도 하다.
12월로 달력을 바꿔 걸면서 올 해 계획했던 것을 생각해보니 손도 대지 못한 것도 있다. 늘 오늘은 바쁘니까 내일부터 하자고 하다 보니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리 바쁜 것도 아니면서 여유가 없는 삶, 늘 무엇인가에 쫓기듯 살아가고 있다.
마음을 빼앗기고 시간을 빼앗는 것들을 들여다보며 그것들의 가치가 얼마나 중한지 그리고 아직도 유효한지 취사선택을 하며 비워내야만 할 적기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먼저 해야 될 것들이 쌓인 책장은 가득하다 못해 넘쳐나고 있다. 버려야 될 책을 골라내는데 막상 고르고 보면 몇 권 안 된다. 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책은 그 구절이 소중해서 버리지 못하고, 철 지난 잡지는 언젠가는 필요 할 것 같은 화보가 있어서 버리지 못해 도로 제자리를 찾고 만다. 언젠가는 다 필요할 것 같은 것들로 가득 채워진 책장만큼이나 머릿속도 꼭 같다. 이것은 이래서 중요하고 이것은 꼭 해야 될 것 같아 붙들고 있는 것이다.
간직해야 될 것과 흘려보내야 될 것들이 뒤섞인 나의 삶, 어디서 어떻게 가려내야 할지, 선 듯 버려야 될 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우선 항상 시간이 많다는 생각부터 정리를 해야 될 것 같다.
시간이 무제한 있는 것처럼 해야 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이 뒤섞인 삶에서 정작 지금 해야 될 일은 나중으로 미루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만약에 이 순간 시간이 없다면 분명 미루었던 것들에 대한 후회를 하게 될 것이 분명 있다. 그것부터 1순위로 두려 한다.
그리고 가장 건강하고 가장 명석한 판단력은 바로 지금이 최고라는 것을 기억한다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의 순서가 또한 정해질 것 같다. 더군다나 나이 들어 좋은 점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지는 것이다.
더 이상 질주할 수 없음을 일깨워주며 또한 남아 있는 에너지를 분산시킬 수 없음을 말하고 있다.
막상 머리로 정리를 하고보니 익숙함과 그리고 의미를 담고 살았던 것들과 헤어짐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절절히 다가온다.
그래도 더 늦기 전에 하나씩 내려놓으며 비워가는 훈련을 시작하려고 한다. 그 빈 자리에서만이 누릴 수 있는 그 무엇이 분명히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