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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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금(金)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어릴 적부터 봐온 금반지가 떠오른다. 아기 백일잔치에는 반 돈짜리 금반지, 돌잔치에는 한 돈짜리 금반지를 선물했다.

이들 반지에는 건강하게 커서 부자가 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2세를 위한 선물로 안성맞춤인 게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자식이 부자 된다는데 인상 쓸 부모는 없다.

젊은 부부는 자녀 돌잔치 때 받은 금반지를 장롱 깊숙이 보관했다가 나중에 긴요하게 썼다.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거나 살림이 어려울 때 팔아서 등록금과 생활비에 보탠 것이다.

심지어 금반지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의 주요 품목이 돼 ‘애국반지’로 불렸다. 그때 국민들은 돌반지, 약혼반지, 결혼반지, 환갑·진갑의 효도반지 그리고 금목걸이 등 갖가지 금붙이를 서슴없이 내놓았다.

▲꼭 20년 전 외환위기로 인한 IMF(국제통화기금) 관리체제 때 우리의 운명은 풍전등화였다. 국가 부도를 면한다 해도 정상을 되찾자면 긴 세월이 필요하리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곧 반전됐다. 1년여 만에 안정을 찾고 2001년 8월엔 IMF 사태를 마감했다. 국민과 정부, 기업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결과다. 온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은 세계인의 눈을 동그랗게 만들었다.

국난 극복에 적은 힘이라도 보태려 한 한국인의 애국심과 단결력을 보여준 국민운동이었다.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당시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특히 그 당시 대구시 동인동에 조성된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은 지금도 만날 수 있다. 구한 말 그곳에서 점화된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을 살려 외환위기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만든 곳이다.

▲최근 한국경제와 관련해 한 여론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다시 외환위기가 와도 금 모으기 같은 고통분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38%에 달했다. 동참하겠다는 응답(29%)보다 훨씬 많다. 나라가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공동체 의식이 그만큼 약해졌다는 방증이다. 위기 앞에서 뭉치는 한국인의 저력에 금 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실상 금모으기 운동은 뒤집어 보면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실증이다. 이 운동의 정신은 살려 나가야겠지만 정부부터 정신을 차려야 마땅하다. 요즘 한국경제가 끓는 물 속 개구리처럼 쇠락하고 있다는 경고를 감안하면 더 그렇다.

생각건대 근래 정치나 경제, 국민 모두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절이다. 무엇보다 파당 싸움이나 일삼는 열등 정치를 혁파하는 일이 급선무다. 작금의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에 대한 큰 성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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