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낭(팽나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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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제주 섬이 격하게 변하고 있다.

바닷가와 가까운 곳에는 땅만 있으면 집 짓는 소리로 하루가 간다.

어디 그뿐인가. 중산간에도 타운하우스니 뭐니 하면서 집단 거주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예전에 그린벨트가 있던 시대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도심지에도 이름 모를 호텔들이 가득하다. 그리 오래되지 않는 과거에 제주시지역에서 사람들이 아는 호텔은 KAL호텔이나 그랜드호텔 등 몇 안 됐다. 지금은 호텔 전성시대다. 크고 작은 호텔들이 몇 발자국 걸어가면 보일 정도니 말이다. 분양형 호텔들도 가득하고 중국 자본에 의해 개발되는 곳에서 리조트 형태의 숙박시설도 무진장하다.

▲이처럼 개발이 이뤄질 때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나무들의 수난이다.

제주중앙여고~제주여중고 사거리 구간에 심어져 있던 구실잣밤나무 등 가로수 30여 그루가 사라졌다. 대중교통 중앙차로제 도입을 위해 나무가 옮겨진 것이다.

이들 나무들은 조천읍 함덕리 버스 회차지 뒤편 공터로 이식됐다. 옮기느라 가지가 잘려나가는 등 기세등등한 예전 모습이 아니어서 안타깝다.

제주시 동부경찰서 후문 쪽에 있는 가령로와 승천로 일대 워싱턴야자수 230그루도 수난을 겪고 있다. 키 큰 야자수가 고압선에 닿으면서 정전사고 우려로 군부대 등지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남국의 정취를 자랑하는 야자수도 제주시와 한전의 위력 앞에서는 꼼짝 못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무작정 베는 게 좋아요’라던 과거보다는 형편이 낫다.

▲제주시 삼양동 소재 원당봉에서 바다 쪽으로 가는 곳에 소공원이 있다.

이곳에서 폭낭(팽나무) 한 그루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 나무는 원래 삼양1동 마을 입구 쪽에 심어져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구획정리 사업이 이뤄지면서 마을 내 나이를 먹은 폭낭들이 잘리게 된 것이다. 어린 아이는 물론, 노인 등 많은 주민의 추억이 달려 있는 폭낭들이었다. 그 추억은 폭낭마다에서 열리는 열매 수보다 많았다.

당시 제주시의회 의원이었던 안창남 현재 도의원과 지금은 고인이 된 마을 주민 고형배씨가 구획정리 사업 주체인 제주시에 나무를 잘라서는 안 된다고 적극 나서면서 한 그루가 살아난 것이다.

특히 이 폭낭은 원래 고형배씨 집 건너편에 있었던 터라 둘 사이의 애정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마을 내에 그 많던 폭낭들이 사라져도 이 나무 한 그루는 끝까지 살아남아 마을의 역사를 계속 기록하고 있다.

아마 고형배씨와 안창남 의원의 고마움이 담긴 스토리도 나이테에 적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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