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안덕 당오름-오르면 오를 수록 사통팔달의 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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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 거칠 것 없는 한 폭의 그림
한라산부터 마라도까지 한눈에
굼부리 능선 떡 찌는 시루 닮아
▲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당오름 정상 굼부리 능선에서 바라본 굼부리 내부 모습과 멀리 보이는 한라산 주변 절경.

제주에 있는 360여 개의 오름들은 저마다 각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곳에 자리 잡고, 다른 모양새를 자랑하고 있지만 같은 이름을 가진 오름들이 상당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오름이 바로 당오름이다.

 

제주시 조천읍 와산리의 당오름, 구좌읍 송당리의 당오름,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당오름.

 

이중 안덕면 동광리 당오름이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한다.

 

해발 473m, 비고 118m의 동광 당오름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정물오름과 이웃해 있다. 서로 위치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서로 크기나 높이가 비슷한 두 오름이 이웃해 있어 마치 씨름판에서 양 지역을 대표해 샅바를 잡기 전 나란히 서 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당오름의 압권은 사통팔달(四通八達)의 조망권이다.

 

당오름은 아름다운 분화구를 품에 안은 원뿔형 오름이다. 오름 전체의 구성은 민둥산 형태를 띄고 있지만 북쪽사면은 키 작은 소나무 및 잡목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오름을 오른다는 오르미들은 오름에 길이 없을 경우 무작정 정상을 향해 나무숲을 헤치고 오르지만 이곳 당오름의 키 작은 소나무 숲은 이 같은 ‘돌격 앞으로’의 행진을 허용치 않을 만큼 밀집돼 있다.

 

▲ 당오름에 들어섰을 때 맨 처음 방문객을 반기는 방목 소떼들.

당오름 정상에 가기 위해서는 동광리과 금악리를 잇는 도로변에 주차한 후 목장 철조망을 넘어 바로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기왕 멀리까지 왔으니 먼저 정물오름을 오른 후 당오름으로 향하길 권한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이시돌로 가면 어렵지 않게 정물오름을 찾을 수 있다, 정물오름 주차장에 주차한 후 정물오름 정상을 향해 앞으로. 정물오름은 U자 모양의 말발굽형 오름으로 오름 초입지에서 좌, 우 어느 방향이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물오름 정상에서 돌오름 방향을 따라 목장을 가로질러, 목장과 당오름 사이에 조성된 삼나무 경계선만 넘으면 돌오름 입구다.

 

삼나무 경계를 넘어 돌오름 초입에 이르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반기는 것은 오름 주변 방목지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소떼다.

 

소떼들이 큰 덩치를 앞세워 우르르 몰려 탐방객의 앞길을 가로 막지만, 원래 순한 동물이라 이내 길을 양보한다.

 

▲ 가는 가을이 아쉬운 듯 아직도 보라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엉겅퀴 꽃.

당오름은 다른 오름처럼 탐방로 매트도 없고, 탐방객도 많지 않아 앞선 이의 발자국 흔적도 없지만 어렵지 않게 정상을 향하는 코스를 찾을 수 있다.

 

정물오름을 먼저 오른 탓인지 한 발 한 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숨이 거칠어진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거친 숨을 진정시키며 시선을 뒤로 향할 때 장관이 펼쳐진다.

 

바로 앞에 있는 도너리오름을 비롯 멀리 산방산과 단산, 송악산, 가파도, 마라도가 내 가슴으로 달려 온다.

 

이 장관을 감상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다 다시 고개를 돌리면 금방 본 광경이 더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렇게 숨박꼭질 하듯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

 

정상에 서면 오르기 전에 보지 못했던 한라산 주변의 절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오를 때는 보지 못했지만 거친 숨을 참으며 땀 흘린 대가다.

 

‘더 많은 땀을 흘린 자가 더 많은 결실을 얻는다’는 단순하지만 실행하기 힘든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정상, 분화구 둘레길에 서면 오를 때 보았던 제주 서부지역의 절경은 물론 오름 정상 너머 한라산 백록담은 물론 주변 오름과 새별오름, 북돌아진오름 등 제주의 절반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름 주변에는 수많은 무덤이 산재해 있는데 이 높은 오름 정상 분화구 속에도 산담과 비석 등이 잘 갖춰진 무덤이 있다. 맨 몸으로 오르기에도 버거운데 어떻게 상여를 메고, 비석을 올리고, 산담을 쌓았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오름 분화구 둘레길을 걷다 보면 분화구내서 노루들이 뛰노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탐방객이 많지 않아 분화구를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듯 하다.

 

애써 오른 길이기에 내려가기 싫지만 어쩌랴!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을.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절경을 마음에 담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내려오는 길에 다시 마주친 순한 소떼들.

 

큰 눈망울이 다시 오라고 인사하는 듯하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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