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새해 살림살이가 본예산 기준으로 사상 처음 5조원을 돌파했다. 제주도는 5조297억원 규모의 2018년도 본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본예산은 연말에 다음 연도 1년치 세입을 예측하고 이를 적절하게 분배하는 예산이다. 해당 연도와 관련해 맨 처음 편성해 제주도의회에 제출되기 때문에 당초예산이라고도 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일자리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지난 9월 편성된 올해 제2회 추경예산이 5조656억원으로 제주도 예산 사상 처음 5조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 본예산 규모로 5조원을 넘어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에 추경예산이 편성되면 예산 규모는 더 늘어날 게 분명하다.

2년 전 이맘때에도 비슷한 기사를 실었던 기억이 난다. 바로 ‘2016년도 본예산이 사상 처음 4조원대를 넘어섰다’는 내용이다.

지난 2년 사이 제주도의 살림살이 규모가 1조원, 매년 5000억원씩 늘어난 셈이다. 제주도 예산과 관련해 사상 최고, 사상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은 그 재원이 어디서부터 나오느냐는 것이다. 하늘에서 떨어지고 땅에서 솟아나지는 않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름 아닌 도민의 주머니 속에서 나오는 혈세라는 사실이다.

제주도의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도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제주도는 올해 본예산(당초예산)에서 지방세 세입 규모를 1조2090억원으로 예측했고, 내년도에는 이보다 1900억원이 늘어난 1조3990억원을 반영했다.

세입 예측치보다 실제 징수액은 일반적으로 훨씬 많아진다. 안정적인 예산 편성과 집행을 위해 세입 추계를 보수적으로 잡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올해 말까지 지방세 징수액이 1조4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개별공시지가 인상 등으로 취득세와 재산세, 양도세 등이 매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도민들의 혈세 부담이 그만큼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7년도 지방자치단체 통합재정’에 따르면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제주도민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188만4000원으로 세종시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 실제 징수액을 감안하면 도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은 더 많아지게 된다.

제주도교육청 예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교육청의 내년도 본예산도 사상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도민들의 주머니 속에서 나온 혈세는 도민의 삶을 위해 적재적소에 쓰여져야 한다. 제주도는 도민의 삶의 질과 행복도 향상을 위해, 도교육청은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위해 예산을 편성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제주도의회가 올해 마지막 회기를 열어 제주도와 도교육청이 편성한 6조1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 심사에 들어간다.

특히 이번 예산안 심사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원희룡 제주도정과 이석문 교육행정 체제에서 편성된 마지막 본예산이라는 점과 함께 내년 전국 동시지방선거를 7개월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제10대 도의회가 심사·의결하는 마지막 본예산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선심성 예산 편성과 심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걱정이 그저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제주도와 도교육청, 도의회 모두 자신들이 다루는 6조1000억원이 넘는 돈이 제주도민과 국민이 납부한 혈세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