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왜 흐느껴 울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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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이 가을에 추풍이 낙엽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가을 몸(박노해)”이라는 시를 읊고 있다. 억새의 날렵한 춤사위도 가을 고뇌의 의미를 마음껏 풀어헤치고 있다.

 

‘비어가는 들녘이 보이는/ 가을 언덕에 홀로 앉아/ 빈 몸에 맑은 볕 받는다/이 몸 안에/ 무엇이 익어 가느라/ 이리 아픈가/ 이 몸 안에/ 무엇이 비워 가느라/ 이리 쓸쓸한가/·····/ 가을 나무들은 제 몸을 열어/ 지상의 식구들에게 열매를 떨구고/ 억새 바람은 가자가자/ 여윈 어깨를 떠미는데/ 가을이 물들어서/ 빛바래 가는 이 몸에/ 무슨 빛 하나 깨어나느라/ 이리 아픈가/ 이리 슬픈가’

 

가을 나무들은 지상의 식구들에게 열매를 떨구고, 가을의 산야에 아름다운 색깔을 물들이기 위해 폭염과 한파 속에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이제 비워야 할 시간이다. 두릅나무에도 가시만 박힌 채 관음사 돌담 주위에서 볕을 맛보며 한담을 즐기고 있다.

 

메밀꽃이 사라진 산야에 억새가 슬픔과 아픔에 나직이 흐느껴 울고 있다. 빈 공간의 외로움과 내일의 충만을 위한 몸부림과 고통에 억새의 여윈 어깨가 흔들리고 있다. 두릅나무와 억새는 비움이 채움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억새는 흐느낌의 형태로 몸을 움직이고 있다. 우리의 삶 속에는 비애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자주 잊고 산다. 그러나, 어느 순간이 찾아오면, 비로소 고요한 침잠과 성찰의 시간이 오며, 그때야 깨닫게 된다.

 

억새는 외적인 것 - 햇빛과 달빛 좇아 흔들리는 것, 바람 따라 흔들리는 것 등 - 과 무관하게 오로지 내면의 고뇌로 인해 온몸이 흔들리는 것 같다. 사위가 적막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고뇌의 흔들림과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음미할 수 있다.

 

억새의 내면세계를 맛보기 위해 적막과 고뇌를 벗삼아 후각세포를 자극하는 향을 음미하기 좋은 시간이다. 건강한 장수를 위해, 비움과 채움의 진수를 맛보기 위해 담배와 술 대신 허브와 에센셜오일을 이용하기 적당한 계절이다.

 

이런 측면에서 방향 심리학{aromachology; aroma(방향)과 psychology(심리학)의 합성어}을 언급하기 전에 몇 가지 허브의 특징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라벤더의 향기는 청결, 순수의 상징이며, 마음을 진정시켜 양질의 수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베게나 쿠션에 이용하면 좋다. 이것은 방충제로서 모기 혹은 파리를 쫓는데 사용한다.

 

세이지(sage)는 ‘건강하다, 치료하다, 또는 구조하다’라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그리스, 로마시대로부터 유명한 약초로 뇌와 근육을 강화시켜 장수에 도움이 되는 영약이라 알려져 있다.

 

이 허브의 에센셜 오일은 강장작용 이외에 신경계통 또는 소화기계통에 탁월한 약효가 있으며, 방부·항균·항염 등 살균작용이 있어 각종 염증에 소염제로 효험이 있다. 또한 이것을 달인 즙은 두발 세척시 린스로 이용하면 윤기가 난다. 이것을 활용하면 이를 희게 하고 잇몸을 튼튼하게 유지시켜 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패추리(patchouli)는 식물 전체에서 향료를 추출할 수 있다. 이의 에센셜 오일은 깊은 오렌지색 혹은 갈색을 띤 액체로서 풍부하고 달콤한 허브 향조 이외에 스파이시 노트 또는 강한 우디 발삼 향조를 표현한다. 패추리 오일은 오리엔탈·시프레 향조의 향수에 많이 이용되며, 특히 백단향이나 장미, 라벤더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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