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체이탈 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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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유체이탈(遺體離脫)은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벗어나는 현상이다. 영혼이 자신의 신체를 빠져나온 상태에서 하는 감각 체험이 바로 그것이다. 흔히 교통사고, 병원에서 혼수상태일 때, 굉장히 피곤해 비몽사몽일 때도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명상과 기 수련 시 등에도 경험할 수 있다.

유체이탈을 하게 되면 보통 2~3m 정도의 높이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게 된다. 그때 주위의 방이나 공간, 가까이 있는 사람과 사물도 보인다고 한다. 대부분은 꿈이나 환각이 아니라 극히 생생한 현실처럼 느껴진다. 체험자들은 그 느낌을 마치 공중을 ‘떠다니거나’, ‘날아다니는 것’ 같다고 한다.

▲여기서 파생된 게 ‘유체이탈 화법’이다. 영혼이 마치 몸에서 분리된 것처럼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건이나 이야기를 남의 얘기를 하듯 말하는 화법을 뜻한다. 언행이 일치하지 않고 몸과 마음이 따로 있는 듯한 신조어다. 이 화법은 통상 주어가 없고 경우에 따라선 주어와 술어가 불일치하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 남의 탓만 하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발뺌할 때 주로 사용된다. 일명 ‘꼬리 자르기’란 과정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때론 엉뚱한 자화자찬으로 일관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비논리적인 자기합리화 성향의 화법이다.

▲이 화법은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인 김어준씨에 의해 화두가 됐다. 김씨는 한때 인기를 끌었던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언행을 꼬집으며 이 용어를 썼다. 당시 MB는 국정 난맥상이 노출될 때마다 오히려 격노했다고 한다. 자신이 야당 대표나 정치평론가인 양 국정을 비판했다는 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유체이탈 화법에 능했다고 한다. 자신이나 자신의 지휘 아래에 있는 집단들의 잘못을 남 말 하듯이 질책하고 자신은 아무 관련이 없는 듯이 말했다는 거다. 예컨대 정부와 관련된 실책과 문제에 대해 ‘~하길 바랍니다’, ‘해야 할 것입니다’는 식의 표현을 했다.

하지만 유체이탈 화법의 원조격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1960년 4ㆍ19 혁명 후 그의 하야 성명이 그렇다. “국민이 원한다면 물러날 것이며…선거에 많은 부정이 있었다 하니 다시 하도록 지시하겠다”며 3ㆍ15부정선거를 자신은 모르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유체이탈 화법은 “나는 아니니까 당신들의 잘못”이라는 논리다. 그래서일까, 최근 이 화법이 낯설지 않다. 정치권과 관가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엔 제주 사회도 예외가 아닐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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