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조시인협회(회장 김희운)가 주최하고 제주新보(회장 오영수)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 2017 제주시조지상백일장이 4개 전 공모 분야에서 당선작을 배출했다.


일반부에서는 김선진씨(제주시 연동)의 ‘제주해녀’가 당선작에 선정됐다. 고등부에서는 손주희학생(애월고 2)의 ‘유리병’이, 중등부에서는 안연지 학생(제주서중 1)의 ‘가을 사진 한 장’이, 초등부에서는 현소희 학생(성산초 6)의 ‘보름달’이 각각 당선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445편의 작품 가운데 당선작 4편을 포함해 총 51편이 입상했다.


지도교사상은 양은심(애월고)·김희(성산초)·고경희(세화초) 교사에게 돌아갔다.


한희정 심사위원장은 “단순한 일상적 소재를 두고 생동감 넘치며 삶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낸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작품들 가운데 참신한 어휘와 표현력, 시조의 시의성, 극적 전환 등을 고려해 작품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마다 응모작이 늘고 있지만 매년 풍작을 이루는 초등부의 작품들에 비해 중고등부와 일반부 작품들은 아쉬운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탈락한 작품 가운데서도 생생히 전해지는 울림이나 조금만 다듬어졌다면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시조가 탄생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년 응모작을 기대해 본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은 18일 오후 2시 제주시교육청 2층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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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소감

 

   
 

▲일반부 김선진(제주시 연동) “시어들 찾아 구슬 꿰듯 엮어내”


학창시절부터 시조를 멋지고 아름답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다 직장생활을 마치고 기회가 있어 문학강좌에 나가 시조공부를 하게 됐다. 제주시조백일장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이제껏 공부해온 것들을 나름 정리하고 시어들을 찾아 구슬을 꿰듯 시조를 쓰고 응모했다.
당선 소식에 설렘과 기쁨이 교차하는 가운데 ‘내가 쓴 글을 읽는 분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하는 두려움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병아리가 처음부터 알을 낳을 수 없듯 나름 최선을 다해 글다운 글, 시조다운 시조를 쓰는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제 시조를 작품으로 인정해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新보에 감사에 말씀을 전하고 싶다.

 

   
 

▲고등부 손주희(애월고 2) “‘자세히 보는 눈’으로 습작하겠다”


매일 아침 등교를 하고  ‘시 읽는 아침교실’에서 시 한편을 옮겨 적습니다. 공책에 시 한편을 쓰고 삽화를 그려 넣으면서 시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습니다.
처음 배운 시조로 글을 썼는데 이렇게 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이번 작품은 노래가사 쓰듯 배운 대로 저의 생각을 담아보았습니다.
가을 하늘을 향하던 저의 시선이 바다에 머물렀고,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났던 유리병이 떠올랐습니다. 투명한 유리병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무심히 발견한 유리병 속에 아름다운 풍경도 나의 복잡한 마음도 다 담아낼 수 있으니 멋진 일입니다.
자세히 보고 관찰할 수 있는 눈이 제일 중요하단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시도 시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조에 더 관심을 갖고 습작하려 합니다.

 

   
 

▲중등부 안연지(제주서중 1) “가을 사진 한 장에 우정 녹여내”


깜짝 놀랐습니다. 신문에 실리고 상도 받는다니, 그것도 중학생부 최고상이라니….
올해 4월부터 탐라도서관 청소년 독서교실에 참가했는데, 2학기가 되자 선생님께서 가을이니 시도 감상하고 한 편 써보자고 하셨습니다.
책 읽는 건 좋아하지만 시는 저랑 멀게만 느껴져서 시큰둥하게 앉아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시를 읽었던 느낌으로 그냥 써보자고 격려해주시며 저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주셨습니다.
한들거리는 억새 뒤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었는데 한 데 어우러진 모습이 저와 제 단짝 친구의 모습처럼 보였습니다. 그 느낌을 그대로 썼습니다.
그 뒤로 시간이 흘러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제 작품이 당선됐다는 소식에 너무도 놀랐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시를 쓰고 싶습니다.

 

   
 

▲초등부 현소희(성산초 6) “우리 선조 지혜 생활에 활용하겠다”


올해 5월 ‘꿈·끼 UP! 생각키움주간’을 맞아 난생 처음으로 ‘시조’라는 것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인자하신 우리 할아버지를 닮은 김영기 선생님이 우리 민족의 문학 장르인 시조에 대해 알려주셨다. 짧은 몇 글자 안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멋스럽게 표현할 줄 알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글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때 배운 시조쓰기를 기억하면서 이번 제주시조백일장에 시조 한 편을 응모했는데, 뜻밖에 큰 상을 받게 되다니….
나에게는 너무나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우리 문학을 더 사랑하고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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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가능성 품은 작품들 높이 평가해”

  심사위원 한희정

 

일반부 작품은 응모편수와 내용면에서 다소 부족했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을 두고 심사했다.
당선작은 한경미씨의 ‘산목련’과 김선지씨의 ‘제주해녀’ 두 편을 올려 심사숙고 하다가 ‘제주해녀’를 선정했다. 해녀의 힘든 노동과 질긴 생명력을 제주어로 노래하듯 풀어냈고 삶의 역동적 표현에 점수를 받았다. 또 제주문화를 함축하는 제주어와 제주해녀의 보존노력과도 부합돼 선정했다.


고등부에서 손주희 학생의 ‘유리병’은 어디선가 밀려온 병 하나를 주워들고 해변의 단상을 담았다. 잔잔한 물결처럼 향유를 하다 병속에 얼른 담아온 발상이 경쾌하고 마무리의 탁월함이 돋보였다.


중등부 당선작으로 안현지 학생의 ‘가을 사진 한 장’을 뽑았다. 쪽빛하늘 높은 날 바다를 보면 쪽빛바다 끝이 안 보인다. 흐린 날 역시 그 경계가 풀려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된다. 짝꿍과 끈끈한 우정을 무한한 자연현상에 빗대어 단수형식으로 풀어낸 시력을 높이 평가했다.


초등부 응모작품들은 편수도 많지만 고른 수준을 보였다. 초등부 작품들은 어린이답게 참신하고 재치있는 표현들로 심사 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많은 응모작 중 ‘보름달’, ‘실’, ‘초승달’, ‘별똥별’, ‘고등어야, 미안해!’ 등을 마지막 심사대에 올렸다. 이야기하듯, 하루의 일상들을 풀어내는 초등부의 당찬 언어감각들이 시조의 미래를 밝힌 큰 재목들로 보인다.
당선작 ‘보름달’은 시간 흐름에 따라 구성하고 있다. 보름달이 지는 것을 사람들이 비는 소원이 많아서 힘들어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의 욕심을 비유해 동심의 발랄함과 재미를 더했다.


초등부의 특징은 순수함과 자유로움에 있다. 어린이답게 아는 만큼 담아내는 어휘와 시력들은 깜짝 놀랄만하다. 그래서 진실과 민낯의 재치가 넘쳐난다. 이런 초등부의 신선한 어휘와 기발한 발상이 숙성돼 청년기, 성인기로 연결되지 못하는 것에 안타깝다.


매년 백일장을 통해 더 나은 작품을 기대하지만 아쉽게도 점점 그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게 사실이다. 매년 풍작을 이루는 초등부의 작품들은 중고등부로 연결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 문학 역시 대입위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하더라도 협회차원에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의 크기를 넓히고 깊이를 더해 진정한 자아를 만나고 삶을 관조할 수 있는 힘이 커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