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과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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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정신과 치료를 받아보라”고 권유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정신과를 왜 가요? 내가 미쳤어요?”라며 펄펄 뛴다.

과거에 비해 정신질환 진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정신과 하면 정신병을 떠올리고, 정신병하면 치료가 어려운 골칫거리 병이라는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취업시즌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취업사이트에는 ‘과거 자신의 정신과 진료기록이 취업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묻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정신과 진료를 받았던 많은 취업준비생들은 이 글에 공감하며 불안해하고 있다.

의료법 제21조(기록 열람 등)는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통해 관련기록을 열람하는 것을 금하고 있지만 정신과 진료가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된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이 강력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간단한 약물 처방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이 주홍글씨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밝혀졌다. 지난해 정신질환 진료를 위해 병원을 방문한 사람이 266만명으로 2012년 232만명에 비해 14.7%나 증가했다.

제주지역의 경우도 정신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이 2012년 2만9694명에서 2013년 3만669명, 2014년 3만1566명, 2015년 3만3659명, 2016년 3만6338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종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적극적으로 진료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최근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소위 정신병이라 생각되는 정신증(Psychosis)보다는 스트레스성 불안이나 우울, 불면, 화병 등 신경증(Neurosis)과 관련된 질환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다.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들이 방송 등을 통해 정신과 진료 사실을 밝히면서 정신질환 진료가 중증 정신질환자들만 가는 곳이 아니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의와 상의한 적이 있는 경우는 전체 국민의 9.6%에 불과하고, 평생 동안 정신질환을 경험한 국민 중 22.2%만이 정신과 의사 등에게 정신건강 문제를 의논하거나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정신과 진료를 꺼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편견 없이 쉽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고, 정신보건서비스의 문턱을 낮추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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