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하청(百年河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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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중국에서 넘버 원, 투 강은 양쯔강(揚子江)과 황허(黃河)다. 모두 강인데 강(江)과 하(河)로 구분해 표현한다. 같은 물이라도 강(江)은 곧고 바르게, 하(河)는 구불구불하게 품고 흐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실제 이들 강의 모습이 이렇다.

양쯔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발원하여 동중국해로 흘러 들어가는 중국 제1의 강이다. 긴 여정에도 대체로 물줄기는 바르고 평탄하다. 고대 제후국인 양(揚)나라에서 따온 것으로 유럽인들이 즐겨 쓰는 이름이지만, 중국인들은 ‘긴 강’이란 뜻의 장강(長江)이라고 부른다. 충칭, 우한, 난징, 상하이 등의 거대도시가 이 강의 유역에 자리 잡고 있다.

황허는 네이멍구에서 발원해 깐수ㆍ산시ㆍ허난ㆍ산둥성을 거쳐 우리나라와 맞닿은 서해(황해)로 흘러드는 중국 제2의 강이다. 물길은 우여곡절 그대로다. 직진하다 갑자기 유턴하는가 하면 현기증 나게 오르락내리락을 한다.

▲예전에 중국인들은 사람을 양쯔강에 빗대면 곧고 바른 사람, 황허 같다고 하면 강물처럼 누렇고 곡절이 많은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백년하청(百年河淸)이란 고사성어 역시 흙탕물로 유명한 황허에서 나왔다. 늘 흐려 맑을 때가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오랜 시일이 지나도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 어려움을 의미한다. 세계 4대 문명발상지이면서도 이런 불명예스러운 단어를 뒤집어쓰고 있다.

이처럼 황허는 중국인들에게 애증의 강이다.

백년하청에 변화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황허가 2000년대 들어 계속 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주간지 ‘중국신문주간(中國新聞週刊)’ 은 상류인 네이멍구 지역부터 중류인 허난성까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에는 황허에 연평균 16억t의 토사(土沙)가 유입됐지만, 2000~2015년에는 과거의 6분의 1 수준인 2억6400만t으로 크게 줄었다. 주변 지역 주민들도 체감하고 있다. “옛날에는 물을 뜨면 절반이 진흙이었지만 요즘은 확연히 맑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황허가 맑아진 이유는 중국 정부의 치수(治水) 사업이 효과를 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수리시설을 대거 설치해 빗물이 한꺼번에 강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절이 가능해졌고, 그에 따라 강으로 유입되는 토사량도 줄었다는 것이다.

▲황허의 변화를 들으니 세상에 가만히 있는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는 애물단지로 눈총을 받았던 지역이 어느 날 상전벽해(桑田碧海)하고, 재주나 학식이 보잘것없었던 이가 괄목상대(刮目相對)할 정도로 성장하기도 한다. 근데 우리 정치는 언제까지 백년하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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