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머니와 다니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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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림. 수기작가

나는 모태 신앙인이다. 어머니가 기독교인이어서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어머니 손잡고 교회에 가는 날이 참 즐거웠다.

6:25 직후부터 이야기인데 그 때는 모두가 가난해서 예배 끝나고 친교 시간이 없었다.

목사님은 하느님 같으신 분이고 어려운 교인들을 돕느라 예수님처럼 가난했다.

전도사에게 커다란 가방과 신발은 다 떨어진 모습은 하나의 상징이었고 교인들도 감히 장로나 권사가 되려고 애쓰지 않았다. 목사님이 임명하시면 순종하면서 두려움으로 받아드렸다.

누가 헌금을 얼마 내는지 서로 모르는 것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는 것처럼 자연스러윘다.

성경에 “너희들은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기지 못 하느니라”했는데 세월이 흘러 교회가 많이 발전하고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의문이 생기기 시작해 다른 종교도 궁금했다.

친구 따라 천주교에 갔다가 교회 분위기나 방법이 다르긴 하지만 그들도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면서 경건하게 찬양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어느날 혼자 풀수 없는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 어머니가 상을 당해 절에 갔는데 다른 분위기에 위축감이 들면서 그동안 몰랐던 다른 세상이 무게 있게 펼쳐지고 있는 걸 목격했다.

그런데 왜 서로 배타적일까. 사랑과 자비로 천당에 가야할 사람들이 왜 방법이 다르다고 서로 인정을 안 할까. 착하게 살면 천당에 갈까.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믿기만 하면 되는지. 지은 죄를 회개하면 면죄를 받을 수 있는지. 정성을 들여 형식을 갖추어 제사를 지내면 산사람은 물론 죽은 영혼 까지도 구원을 받을 수 있는지….

우리 어머니는 말썽 많은 오빠를 더 많이 걱정 하고 챙기셨는데 하물며 하느님이 선택한 사람들만 천당에 데려 가고 이 많은 세상 사람들을 다 지옥에 보낸다는 것에 대해 밤 새워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확실한 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그래 천당이 있다고 믿고 살면 착하게 살려고 노력을 할 거고, 없어도 후회는 안 되겠지. 공연히 없다고 살면 내 마음대로 살수는 있지만 아름다운 삶이 될 수 없어 죽을 때 얼마나 후회가 되겠니. 끔찍한 지옥에 간다니 무섭기도 하고 하하하.” 약은 생각 같아서 우리끼리 한바탕 웃었지만 그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너는 어머니 따라 다니던 천주교에 계속 다니고, 너도 절에 잘 다녀. 어머니 혼을 위로해 드리고. 나도 어머니 마음 편하게 교회에 가면 된다. 그래도 다니던 길이 더 편하겠지. 만약 네 길이 더 멀고 내 길이 더 험난하여도 결국 산꼭대기에서 언젠가는 만나지 않겠니. 한분인 하느님 앞에서. 그랬으면 좋지만 반도 못 올라가 우린 죽을 테지만.”

또 한바탕 웃음보가 터졌다 헤어진 지가 엊그제 같은데….

인류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종교와 더불어 발전해 왔다.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삶을 절대자의 힘에 의지해 위로 받고 힘을 얻어 안정을 찾았다.

어느 종교든지 한세상 서로 아끼고 돕고 사랑하면서 살라고 가르친다. 각자의 믿음은 누구나 엄숙한 것이니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교는 말이 아니고 실행이고 방법이 아니라 생활이라고 했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천국과 지옥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하셨다. 욕심이 많으면 지옥이요, 마음을 비우면 천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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