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과 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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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익. 국제PEN한국본부제주회원

사노라면 때로 여러 가지 상황이 바뀌고 세월의 흐름으로 여긴다.

예전엔 들어보지 못했던 혼술, 혼밥의 용어도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다.

결혼을 하고 둘이 합쳐서 한세상을 살아가면 오죽 좋은가. 그럼에도 곳곳에서 균열 현상이 나타나고, 결혼을 하더라도 무자녀 또는 한 자녀로 끝내는 시대이니 인구 감소에 신경이 쓰인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혼밥 논란을 보며 몇 자 적는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혼밥, 혼술의 대국이다. 1인석을 마련해 두고 있고, 점원도 주위 사람을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외식에서 혼밥부터 얘기하자면 손님과 손님 사이에 그어진 하얀 선이 눈에 들어온다. 남자들은 대체로 거리낌 없이 혼자서 밥을 먹으러 다니지만, 여자들은 다소 시선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카페, 영화관, 레스토랑 등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혼자서 즐기고 있는 여성이 꽤 늘었다. 즉 시대가 바뀌었고 여성도 혼밥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일본 내에서 혼밥과 혼술은 다소 맥락이 다르다. 퇴근길이나 귀갓길에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한 잔 걸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골목에 있는 동네 술집의 경우, 혼자서 가지만 그 안에는 이미 ‘아는 사람’이 있다.

일본에서 ‘혼술 행위’란 혼자 간다는 의미도 분명히 있지만, 그에 맞지 않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가는 측면도 있다.

그리고 이런 측면의 혼술은 한국에선 결여돼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적당히 친근하게 대해주는 점장, 혹은 점원, 그리고 가벼운 얘기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대화 상대, 이런 문화가 저절로 생기는 건지 아니면 일본처럼 적당히 거리를 두는 사회라 그런지는 모르겠다.

커뮤니케이션의 차이랄까. 혼밥 자체가 일본에서도 무조건적으로 칭송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혼술은 혼자서 마시는 술이라기보다는, 혼자서 술집에 가서 어울리는 일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국내에서도 혼밥은 모두 마음이 내켜서만은 아니다. 사람에 따라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가 생겨나는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혼밥을 하게 되고 그 사정은 여러 사정을 가져온다.

당장 혼밥족은 결혼을 미루게 되고, 그것은 적지 않은 사회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한 자녀의 가정은 벌써 큰 문제에 부딪쳐 있지만, 해결 방법은 요원하다. 다둥이 가족이 엄청난 양육비를 대면서 대학까지 공부시키려 하겠는가. 옛날 우리 부모세대를 생각하면 어림없는 일이고, 꿈만 같은 세월이었다.

본지에서는 지난 9월 다둥이 페스티벌을 운영했다. ‘다둥이’란 말만 떠올려도 형제간의 사랑이 떠오르지 않는가.

유달리 가까웠던 다둥이 형제들은 살아가는 일에 밀고 당기면서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지금 생각하면 15평 집의 방 두 개에서 4명의 형제들이 모두 함께 잤던 것을 생각하면 미소가 떠오른다. 어떻게 그렇게 좁은 틈새에서 몇 년을 지냈는지.

그럼에도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우리 할머니들의 지론에 힘입어 오늘까지 오지 않았는가. 그것은 그냥 하는 얘기가 아니라 생활 철학이었다.

살다 보면 어려워도 살게 되고 솟아날 희망도 생기는 법이다. 혼밥족에 익숙해지고, 무슨 일이든 혼자 헤쳐 나갈 길을 잃는 것은 모두를 잃는 것으로 본다.

사노라면 쉽게 헤쳐 나갈 일도, 어려운 일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오히려 어느 한쪽에 시달림이 더 어렵지 않던가. 사노라면 항상 내일은 다시 내일의 태양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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