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을 앞세운 정치는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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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시인·수필가/前 애월문학회장

적폐(積弊) 청산은 시대와 국민이 요구하는 사명이라고 생각된다. 과거부터 쌓여온 적폐를 뿌리 뽑을 적기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집권 세력이 검찰에 주고 언론에 흘려 언론이 홍위병 역할을 하는 수사 작동 방식이 못내 꺼림칙하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긴급 브리핑으로 세월호 사건의 보고 시간을 사후 조작한 정황이 담긴 문건을 발견했다고 공개한 일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현재의 수사방식이 정권과 정치 검찰의 동행이 당연시될까 불안하다. 검찰 수사의 유용성과 효율성을 맛본 집권 세력들은 국정 동력이 필요할 때면 검찰 사정의 칼을 호출할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수사에서 적폐 청산이란 명분을 걷어내면, 그리고 시점을 달리하면 그 속성은 정치적 수사 또는 표적 수사일 수도 있다. 과거 일들에 대한 권력의 한풀이로 비친다.

특히 지난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미명으로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화했던 폭력 시위 과정에서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지난해 9월 2일 사망했다. 당시 시위대는 각목·쇠파이프·철제사다리 등을 휘둘러 경찰관 113명을 부상하게 했고, 경찰 버스 50여 대를 파손시켰다. 백남기 농민 역시 밧줄로 경찰 버스를 묶어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다가 물대포에 맞았다. 공권력을 조롱하면서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었다.

선진국 어느 나라가 불법시위에 대한 진압 방식이 설령 다소 지나친 점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형사처벌까지 하는 나라가 있는가? 당시 검찰은 경찰과 마찬가지로 CCTV 영상을 근거로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고, 살수 규정도 모두 지켰다고 했다. 정권의 눈치만 보는 경찰은 스스로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이 나라의 국가의 법질서도 지키지 못한다.

현장 실무자들이 덤터기를 쓰는 상황에서 “저희가 속한 조직이 너무 야속했다”는 말에 과거 30여 년을 경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가슴 속 울림으로 남는다. 검찰 역시 바뀐 정권을 떠받들기에 급급해한다는 사회 일각의 비판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법 적용 기준을 바꾸는 건 명분이 없다.

최일선 공권력인 경찰조차 불법 시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더 다잡기는커녕 부추기까지 한 배경이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결과는 공권력의 위축을 자초하고 사회질서를 기대할 수도 없고, 앞으로 경찰이 불법시위에 의연하게 맞설지도 걱정스럽다. 어쩌다 검찰과 경찰이 정권의 코드가 법과 상식 위에 있다고 착각할 지경이 됐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특히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에 대한 정권 차원의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의 중단과 축소 사례는 반복돼 왔다. 진보정권이 들어서면 보수 성향의 시민사회단체나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지원은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진보 성향의 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다. 그래서 적폐청산에 검찰은 질주하지만 대부분 자의에 의한, 자체적으로 생산한 수사는 아니다. 청와대가 메가폰을 잡고 여당, 국정원, 감사원 등 국가적 차원에서 사건을 발굴해 검찰로 넘기는 모양새가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전 정권과 전전 정권을 겨냥한 현재의 지루한 적폐청산 수사에 피로감과 싫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현 상황에 하루빨리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검찰은 민심의 호응을 얻는 수사로 반전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의 검찰 개혁은 비대한 검찰 권한의 축소뿐 아니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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