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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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아들 내외가 장염 걸려 고생하는 아기를 안고 전전긍긍하며 자신들 탓이라고 자책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저들 부모들도 저렇게 가슴 아프며 자식을 키웠으니까.


자식이 아프면 온 세상이 아픔이고 자식이 웃으면 온 세상이 꽃이다. 그런데 부모 자신들은 아프면 자식들이 신경 쓸까봐 내색조차 하지 않으면서 자식을 키웠고 또 자식을 키우고 있다.


아들은 지금 내가 그랬듯이 자식으로 인해 웃고 울곤 한다. 아들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무 소용 없는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대신 짊어져 줄 수도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뿐이다. 마음 아파하는 자식을 싸매 줄 수 있는 것은 이제 나에게는 없다. 아들은 또 다른 치유센터를 가졌고 또 자신이 감당하며 이겨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가 걸어가는 길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이다. 그래서 걷다 보면 때론 잘못 들어서서 돌아와야 할 때도 있을 것이고 가시덤불이 가로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도 가보지 않는 길이니 그쪽은 길이 막혀 있다고 말해 줄 수가 없고, 또 가시덤불이 있으니 피하라고 말할 수가 없다. 다만 우리 부모님이 그랬듯이 우리도 자식이 웃는 일이 더 많아지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걷다가 돌아와야 되는 상황을 만난다면 허비된 것에 속상해하는 것보다 그 길에서 보았던 것을 헤아려보며 덜 속상했으면 좋겠다. 세상엔 손해만 보는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가시덤불이 없는 길은 없다. 작은 가시덤불이건 큰 가시덤불이건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만나게 될 것이다. 가시덤불로 인해 상처가 많이 나지 않기를 바라며 가시덤불을 헤쳐 나가는 지혜가 더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시덤불 속에 피어난 작은 꽃들도 함께 바라보며 감사할 줄 안다면 더 좋겠다.


나무들은 자신의 잎사귀를 떨구어 거름이 되듯이 부모들은 살아온 발자국과 기도가 자식에게는 거름이다.


그런데 부모들도 자식을 키우며 겪는 그 과정 속에서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고 더 단단하고 튼튼한 뿌리를 더 깊이 내려 거목이 된다. 


아들도 지금 그 훈련을 하고 있다. 바라보며 때론 안타깝지만 더 단단한 나무가 되도록 기다려주어야 될 때이다. 넘치는 양분으로 나무를 속성시키지 않도록 돌아보며 때론 돌아서야 한다면 기꺼이 제대로 된 거름이 되는 길로 돌아가야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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