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민준이는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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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키움학교의 오후 시간은 책과 함께하고 싶은 아이와 어머니들로 언제나 붐빈다.


워낙 좁은 장소이다 보니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럼 이 돌은 어디서 온 건가요?” 엄마에게 물어보는 말투가 사뭇 다르다. 다시 한번 귀 기울였는데 “엄마도 돌하르방의 코를 만져서 아들을 셋 낳으신 거예요?”한다.


가만히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지만 방해할 수 없어 지켜보고 있는데 드디어 책읽기가 끝났다.


“근데 제가 들으니 아이가 엄마에게 존댓말을 하네요.” 엄마에게 물었다


“네, 우리 집에선 누구라도 다 존대어를 써요. 남편도 아이들에게, 아이들도 형제들끼리 존대어로 말해요.” 그러면서 평상시는 괜찮은데 형제끼리 싸울 때는 참 재미있다고도 하셨다. 참고로 이 집은 8살 민준이가 첫째고 여섯 살 민재, 민석이는 쌍둥이 형제다. 아이들의 분쟁에 엄마가 “왜 그랬어요?”라고 물으면 “네, 형님이 이렇게 해서 제가 이렇게 했어요.” 표정으로는 분을 한가득 품고 있는데도 말만 들으면 예절에 어긋남이 없다면서 웃으신다. 그 상황을 상상해보니 저절로 따라 웃게 됐다. 6살 개구쟁이 친구가 8살 형에게 “형님!” 하고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가족끼리 존댓말을 하는 게 특별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 데는 이렇게 특별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우리집만의 어떤 특별한 문화가 있다면 그게 중심이 되어 기초질서를 다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민준이네처럼 우리집은 가족끼리 존댓말을 쓰며 가족애를 다지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당연히 형제들끼리의 우애가 남다를 것이고,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자녀를 키우려는 마음을 가진 부모라면 다른 예절이나 질서에 대해서도 예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사는 집 근처에 큰 마트가 있는데 그곳을 지나다니다 보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포장을 뜯고는 그 자리에 바로 버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꼭 아이스크림 포장지만은 아니다. ‘이건 정말 아닌데.’라는 생각을 가지고는 있는데 그때마다 다가가서 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아이들에게 꼭 확인한다. ‘엄마는 이런 모습을 봤는데, 혹시 너희들도 그러니?’ 하고 말이다. 왜 이런 확인이 필요하냐면 적어도 내 아이만이라도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부모라면 적어도 내 아이가 이 세상에 있음으로 우리가 속한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변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르쳤으면 좋겠다. 모든 부모가 초등 1학년 민준이 엄마처럼 ‘적어도 내 아이들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모습을 그리면서 자녀교육을 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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