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재정자립도가 자치분권을 크게 훼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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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논설위원

지방정부 전체 예산 중 자체수입 비중을 재정자립도, 즉 자체재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자치재정 자립도야말로 우리나라 지방재정의 근본이자 근간이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제대로 하려면 각 자치단체의 낮은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일정수준 이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런 믿음은 제5공화국 헌법에서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이 지방자치를 보류’하는 이유로 입법이 되면서 절정에 이른 적도 있다.

좀 황당하기는 하지만, 그 타당성 여부와는 별개로 이런 헌법규정은 국민으로 하여금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를 하려면 재정자립도가 높아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줬음은 물론이다. 어떻든 ‘자치와 재정자립도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미심쩍은 등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분히 정치적 오해의 소산(所産)일 뿐이다.

당시 헌법에 따라 지방자치제가 실시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지방자치 실시 이후에는 재정자립도가 오른 것도 아니다. 오르기는커녕 더 떨어졌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1995년에 63.5%였던 평균 재정자립도는 1999년에는 60% 밑으로 떨어졌다. 그 이후에도 계속하여 하락세가 지속됐다.

‘2013년 지방자치단체 예산 개요’에 따르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1.1%였다. 이는 1991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최악으로 떨어진 결과였다. 당시 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는 30.0%였다.

‘2017년도 특별자치도 지방재정 공시’에 따르면, 지방세 등 자체수입이 크게 늘어난 결과 특별자치도의 재정자립도가 2014년 37.75%에 비해 41.78%(2015년 최종예산 기준)로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됐다.

사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이후 재정자립도가 낮아진 주된 이유는 중앙정부 예산에 의한 자치단체의 대행 사업이 줄곧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복지정책을 확대실시하기 시작한 시기가 공교롭게도 지방자치를 실시한 이후였다는 점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왜냐하면 확대된 복지 사업은 자치단체의 자체 사업으로 보다는 대행 사업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적절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치단체의 대행 사업이 많아지고 사업비에 대한 국고 지원 규모가 늘어나면서 그렇게 된 것이다.

참고로 자체재원 중 기본인 지방세를 보면, 지방자치실시 이후 지금까지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약간씩 등락 변동이 있기는 하였지만 줄곧 8 대 2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지출 규모는 4대 6 수준을 유지해 왔다. 앞으로 정부의 복지확대 정책에 따라서는 실제 지출 규모는 크게 보아 아마도 3대 7 수준을 유지하지 않을까 한다.

물론 낮은 재정자립도가 문제로 비칠 수 있으나 그것이 낮다고 해서 자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제대로 된 자치, 건실한 지방재정운영을 위해서는 재정자립도 그 자체보다는 어떤 연유로 그것이 낮은지, 의존재원 운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대한 검토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한다. 즉, 현행 지방분권 체제 하에서 재정자립도 수준 자체가 자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없다. 그것이 낮다고 해서 자치가 크게 훼손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전체 자치단체에 자주재원 규모를 소폭 상향조정이라는 히든카드를 제시하는 가운데서 특별자치도가 제주만의 재정분권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헌법 개정문제와 연계하여 논리를 개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명분은 정부의 복지 수준 등의 강화 등에 의해 전(前) 정부에서보다 더 약화되는 감을 지울 수 없다. 현실은 더 험하고 난해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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