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산에 사라졌던 '제주 바나나' 부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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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해충 강해 무농약 재배...1~2명이면 수확 가능
▲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에 있는 동구밖농장 김관식 이사가 5.8m 높이의 대형 하우스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제주산 바나나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선 한 개에 2000원 하는 바나나 대신 바나나맛 우유를 사먹는 장면이 나온다. 30년 전 바나나는 누구나 맛을 볼 수 없었던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다.

1980년대 제주지역에선 바나나가 최고의 소득 작물이었다.

1989년 440만㎡의 하우스에서 2만t의 바나나가 생산됐다.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로 수입산이 밀려오면서 제주산 바나나는 자취를 감췄다.

가격 경쟁에서 밀려났던 제주산 바나나가 부활하고 있다. 왕년의 제주 바나나가 돌아온 것이다.

제주지역에선 2015년 2농가(1만㎡), 2016년 5농가(2만2000㎡), 올해 10농가(5만5000㎡)로 재배 농가가 늘고 있다.

▲웰빙 제주산 바나나의 복귀=수입 바나나는 국내에 들어오기까지 1개월이 소요된다.

수입 과정이 길어서 후숙(後熟)작업으로 과일을 익게 한다. 이로인해 신선도와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

제주산 바나나가 서울 대형 백화점에서 팔리는 이유는 충분히 익은 열매를 바로 유통, 품질과 맛이 수입산보다 좋기 때문이다.

감귤처럼 일손이 들지 않고 농약을 칠 필요도 없어서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수확 시에는 1~2명이 손으로 열매를 뚝뚝 따내면 돼서 추가 일손이 들지 않는다.

지난해부터 부친과 함께 바나나농사를 짓고 있는 동구밖농장의 김관식 이사(41).

제주시 한경면 낙천리에 있는 1만6528㎡(5000평)의 시설하우스에선 지난해 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내년에는 10억원의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바나나는 3m까지 쑥쑥 자란다. 무농약 재배가 가능하지만 매일 물을 먹어야 클 수 있다.

바나나 잎의 증산작용으로 하우스 천장에 맺힌 이슬을 빼내주지 않으면 매일 비가 쏟아지는 결로현상과 무름병이 발생한다.

동구밖농장의 하우스는 높이가 5.8m에 달하는 ‘벤노형 온실’로 건립됐다. 2층 건물 높이로 내부에서 생기는 결로(이슬)를 완벽하게 밖으로 빼내기 위해서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감귤농사를 지어서 벌어들인 소득은 같습니다. 더구나 일손을 구하지 못해 농가마다 아우성이죠. 혼자서도 수확이 가능하고 제 값을 받을 수 있어서 바나나를 재배하게 됐죠.”

김 이사가 바나나에 주목한 것은 연간 40만t에 달하는 국내 제1수입 과일로 소비 기반이 확고한 데다 고품질의 제주산 바나나에 대한 수요층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입산 바나나는 1㎏에 3500원, 제주산은 두 배나 높은 7000원이지만 무농약 청정 재배 덕분에 백화점과 하나로마트 등에서 납품 의뢰가 들어고 있다.

그런데 바나나 농사는 초기비용이 많이 들고, 겨울에는 가온을 해야 하는 등 난방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바나나는 25도 이상일 때 잘 자라고 13도 이하면 저온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김 이사는 “바나나 재배를 위해 30억원을 투자했지만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서 리스크에 대해 큰 부담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우보농산 설동준 대표가 무농약으로 키운 그린파파야를 수확하고 있다.

▲그린파파야에 도전하다=우리가 김치를 먹듯이 태국과 라오스 등 동남아국가에선 ‘솜땀’이 매일 식탁에 오른다. 그린파파야를 무채처럼 썰고 생선소스와 고춧가루, 라임 등을 버무려 낸 태국식 대표 샐러드다.

동남아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온 새댁이나 근로자들은 ‘솜땀’을 먹지 않으면 향수병에 걸릴 정도다.

우보농산㈜ 설동준 대표(63)는 제주에서 유일하게 파파야를 재배하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 있는 9917㎡(3000평)의 하우스에는 그린파파야가 주렁주렁 달렸다.

18년 전 제주에 정착한 그는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지어왔다. 총채벌레를 잡기 위해선 농약을 칠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의 신뢰를 쌓기 위해 병해충에 강하고 무농약으로 재배할 수 있는 아열대작물로 파파야를 선택했다.

그는 2014년 온난화대응연구소를 통해 파파야나무 1500그루를 들여와 심었다.

예상 외로 추위에 강해 영상 7도에서도 냉해를 입지 않았다. 그래서 1월에서 2월 중순까지만 가온을 해도 잘 자라고 있다.

그린파파야는 한 개(1㎏)에 6000원에 판매된다. 농약을 칠 필요도 없고, 일손도 많이 들지 않고 있다. 손으로 뚝뚝 따내서 출하하면 된다.

파파야는 노랗게 익으면 달짝지근한 멜론 맛이 난다. 아직 국내 소비층이 형성되지 않아 외국인들이 주로 그린파파야를 찾고 있다.

설 대표는 “그린파파야는 다문화가정과 외국인노동자들이 ‘솜땀’으로 만들어 먹기 위해 구입하고 있다”며 “인터넷판매로 알게 된 3000명의 지인들이 고객이 됐지만 앞으로도 판로 개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에선 84곳의 농가에서 9종의 아열대 과일을 재배하고 있다. 42만㎡의 하우스에서 연간 488t을 생산하며, 총수입은 115억원에 달하고 있다.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과일은 망고로 58곳 농가(29만㎡)에서 연간 357t을 생산하고 있다.

이어 ▲용과 68t(10농가) ▲바나나 31t(10농가) ▲패션후르츠 19t(4농가) ▲파파야 6t(1농가) ▲구아바 3t(3농가) ▲아떼모야 2t(1농가) ▲레드베이베리 2t(1농가) ▲아보카도 2농가(올해 수확) 등이다.

온난화와 관광객 증가 등으로 제주도농업기술원에는 아열대 과수 묘목 구입 및 재배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고가의 하우스 및 가온시설과 소비층 확보, 묘목 수입, 난방비 지출 등을 세심하게 분석해 도전해야 한다.

제주도농업기술원 고승찬 아열대과수담당은 “바나나 등을 제외한 대다수 아열대 과일은 3년이 지나야 수확할 수 있고, 조금만 과잉 생산되면 가격이 폭락하는 위험 부담이 따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최근 수입산과 국내산 가격이 큰 차이가 없는 데다 품질과 안전성을 원하는 소비 패턴이 늘면서 소득의 극대화를 위해 아열대과일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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