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준공영제와 도덕적 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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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30년 만에 전격 시행된 제주지역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함께 버스 준공영제가 처음 도입됐다.

버스 준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버스업체의 적정 수입을 보장해주는 대신 노선 변경이나 증차 등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다. 2004년 서울에서 처음 시행된 이후 부산, 대전, 대구, 광주, 인천 등으로 확대됐고, 제주에서도 이번 처음 시행되고 있다.

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따라 버스 1대당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해 버스업체에서 발생한 적자 부분을 지방재정으로 보전해 주게 된다. 즉 제주도가 버스업체의 운송수익금을 모두 모아 버스업체에 배분하고, 표준운송원가보다 적을 경우는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표준운송원가에는 유류비, 운전직 인건비, 정비비, 정비직 인건비, 버스감가상각비, 버스보험료, 버스회사 임원 인건비, 관리직 인건비, 기타경비 등 버스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뿐만 아니라 버스업체의 적정이윤까지 포함된다.

제주지역 버스 표준운송원가는 1일 1대당 53만2385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는 버스업체의 적정이윤 1만9000원이 포함된다.

표준운송원가를 연간으로 추산할 경우 1대당 1억9400만원, 전체 민간버스 625대를 적용하면 총 1200억원에 달하게 된다.

버스업체의 연간 적정이윤은 1대당 693만5000원으로 추산된다. 모든 민간버스를 적용하면 도내 7개 버스업체에 돌아가는 이윤은 연간 43억3400만원에 이르게 된다. 43억3400만원을 버스 대수별로 나눠 갖게 되는 셈이다.

버스 준공영제가 도입되면서 수익노선에 몰리던 버스가 비수익노선으로 적절하게 배분되고, 버스 운전자의 보수와 처우가 개선되면서 서비스 질도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버스요금 인상 요인도 줄어 시민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도민의 혈세로 버스회사의 적자를 보전해주는 정도가 과해 방만 경영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상존한다. 버스업체는 경영 합리화와 자구노력, 서비스 질 개선 등의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더라도 적정이윤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내 버스업계의 운송수입은 표준운송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내년 한 해 동안 840억~850억원 가량의 재정 지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전 버스업체에 보전했던 지원금 200억원에 비해 4배나 많은 규모다. 더욱이 임금 인상,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할 경우 재정지원금은 매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다른 지방 언론 보도에서도 버스 준공영제에 따른 과도한 지방예산 부담과 버스업체의 방만 경영, 채용 비리, 행정기관의 유착 등의 문제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인 경우 서울은 2771억원, 부산은 1270억원, 대구는 1075억원, 인천은 595억원, 광주는 508억원, 대전은 350억원 등 6대 도시가 버스회사에 보전해 준 세금이 656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공영제를 처음 도입한 서울시도 과도한 재정 부담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도 방만 경영 등 예상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경영평가제도를 도입해 결과에 따라 성과이윤을 차등 배분하는 방안을 적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버스업계의 경영 합리화와 서비스 개선 노력을 담보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장치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버스 운영을 위한 버스업계 스스로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도민들의 혈세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배만 불리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

버스 준공영제 도입에 따른 도덕적 해이가 제주에서는 그저 기우(杞憂)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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