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용천수 보호대책 '헛구호'
사라지는 용천수 보호대책 '헛구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화북 큰짓물, 하수관로 공사 후 물길 끊기자 시멘트 타설
▲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 인근에 있던 큰짓물 용천수가 지난해 시멘트로 메워졌다. (김시영씨 제공)

 

제주시 화북동 화북포구에 있는 용천수인 ‘큰짓물’을 당국이 시멘트를 붓고 메워버리면서 용천수 보존대책이 무색해지고 있다.

화북포구는 조선시대 제주의 관문으로 부임한 목사마다 큰짓물에서 갈증을 달랬다는 얘기가 전해지는 등 오랜 유서를 간직하고 있다.

또 상수도가 연결되기 전인 1960년대까지 주민들이 식수원으로 사용됐다.

그런데 제주도상하수도본부가 2015년 화북1공구 하수관로 교체 및 매설사업을 벌이면서 큰짓물의 물줄기가 끊어져 버렸다.

용천수가 흐르지 않으면서 고여 있던 물이 썩고 악취를 풍기면서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도상하수도본부는 지난해 9월 물이 솟아나왔던 큰짓물 6.6㎡(2평)에 시멘트를 타설해 메워버렸다.

도내 용천수를 조사하고 연구하고 있는 김시영씨는 “큰짓물의 원천수가 나오는 지점에 공론화도 거치지 않고 시멘트를 붓고 폐쇄한 것은 문제”라며 “각종 개발행위로 용천수가 사라지는 만큼 체계적인 보존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하수관로를 이설해도 큰짓물에 다시 물이 나올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악취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용천수를 폐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해당 부지는 사유지여서 20년 전부터 물이 솟아나는 주변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쳐져 있고 주택이 들어서는 등 용천수를 보호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땅 속 지하수가 지층이나 암석의 틈을 통해 솟아나오는 용천수는 제주의 생명수로 불리는 가운데 각종 개발행위로 사라지면서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보존대책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제주도가 올해 발간한 용천수 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용천수 1025곳 중 364곳(35%)이 매립 또는 멸실돼 661곳만 확인됐다.

현재 남아 있는 661곳 중에서도 227곳(34%)은 용출량이 현저히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용천수가 고갈된 원인은 과도한 지하관정 개발과 건축물 공사, 택지·관광단지 개발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제주의 귀중한 수자원이 각종 개발로 오염되고 용출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조례나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현재 남아 있는 661곳의 용천수를 역사, 용출량, 수질 등 6개 평가 기준으로 구분해 4개 등급별로 차등 관리하는 보존대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