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과 화북 금산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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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인간의 욕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모양이다.

성서에는 바벨탑의 저주 스토리가 나온다. 사람들은 거대한 탑을 만들어 하늘에 오르려 한다. 하늘에 오르면 그동안 섬겼던 신과 맞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신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인간의 오만함에 화가 난 신은 하나였던 인간의 언어를 여러 개로 나눠버렸다.

서로의 언어가 다르니 소통이 안 된다. 이러니 바벨탑 건립이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결국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끼리 모여 뿔뿔이 흩어졌다. 인간의 오만함이 없었다면 지금도 하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제2외국어다, 제3외국어다 하면서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외국어 배우는 비용과 시간으로 세계의 여러 곳을 여행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높은 집을 지으려는 인간의 욕심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는 168층에 높이만 828m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는 123층, 높이 555m에 달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대기에서 밑을 바라보기가 아찔할 것이다.

초고층 건물은 돈을 의미한다. 부르즈 칼리파나 롯데월드타워를 짓거나 또 이곳에 살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그곳에서 사는 것은 좋은 모양이다.

▲많은 사람들이 직선도로를 좋아하고, 키가 큰 건물을 좋아하고, 뚱뚱한 마을을 좋아할 때 제주시 화북동 금산마을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좁지만 아기자기하고, 오랜 세월의 때가 묻어 있고, 추억이 서려 있는 골목길을 개발로부터 구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이곳 사람들은 지난 12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시가 추진하고 있는 주거환경관리 사업을 반대한 것이다.

이들은 주거환경관리 사업은 획일적인 십자형 바둑판 도로를 만들고 수백 년의 역사가 담겨 있는 마을 안길을 훼손한다고 외쳤다. 물론 제주시도 선의로 사업을 하는 것이지만 직선도로에 집착하다 보면 제주가 그렇게 내세우고 있는 올레도 사라지는 법이다.

화북포구에 접해 있는 이 마을은 아직도 전통가옥과 우영팟(텃밭) 등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제주시의 몇 안 되는 마을 중의 하나라고 한다.

제주의 많은 사람들이 돈이 된다며 “개발, 개발”을 외칠 때 우린 “추억”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금산마을 주민들에게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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