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孝)를 삭제하려 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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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동양에서 효(孝)의 기본은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이다. 또한 효를 모든 선의 으뜸으로 쳤다.

그래선가 효에 관한 설화는 신비한 영역으로 들어선 게 많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넓적다리 살을 베어 먹였고, 한겨울에 죽순을 찾는 일도 기록됐다. 부모 봉양이 극진한 자식의 집엔 꿩이 날아들고, 자라와 노루가 기어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몸 팔아 홀어머니를 모셨다는 ‘효녀 지은’과 과부며느리의 효성에 호랑이도 감복했다는 ‘효감호(孝感虎)’ 설화도 전해온다.

중국사에도 부모 섬김의 모범을 보여주는 효행이 적잖다. 초나라의 칠순 노인은 90세를 넘긴 부모를 즐겁게 하려고 늘 색동옷 입고 재롱을 피웠다. 병석의 어머니를 위해 꽁꽁 언 강에 나가 체온으로 얼음을 녹이자 잉어가 튀어 올랐다는 효자 고사도 있다.

▲한국의 효 의식을 ‘인류의 으뜸가는 사상’이라 호평한 세계적 석학들이 적지 않다.

1884년 최초의 선교사로 이 땅을 밟은 호러스 알렌은 경로효친의 전통에 감탄하며 ‘조선은 노인들의 천국’이라 표현했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한국의 효 사상이 인류사회에 가장 필요하며 이바지할 것’이라며 부러워했다.

‘25시’ 작가로 유명한 게오르규도 197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효 중심 전통문화가 체계화되지 않으면 인류는 위기에 빠질 것이라 역설한 바 있다. 이처럼 효는 우리 한국인의 정신적 핵심 가치였다. 그러나 세계가 선망하던 효 사상은 지금 그 가치가 크게 훼손돼 있다. 심지어 효는 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개탄하는 소리가 높다. 그럴수록 우리의 정신문화를 되살리는 길을 고민해야 할 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14명이 인성교육진흥법에서 ‘효’를 제외시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후폭풍에 직면했다고 한다.

8개항의 덕목 중 유독 ‘효’만 빼고 ‘정의와 참여’ 등을 추가하자는 거다. 핵심가치와 덕목이 지나치게 전통적 가치를 우선해 효를 뺐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마땅히 대한노인회 등에서 ‘패륜 입법’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효(孝)는 ‘노인(老)을 자식(子)이 섬긴다’는 뜻이다. 교(敎)는 효(孝)와 회초리를 뜻하는 복(攵)의 합성어다. 백행의 근본인 효도를 하지 않으면 매로 가르쳐야 한다는 의미리라.

세계 어디를 봐도 전통을 버리고 정의만을 앞세워 선진국이 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효 사상이야말로 세계에 내세울 무형의 한국 대표브랜드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변했다고 확 달라지는 가치관이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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