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사끼’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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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화투(花鬪)는 일 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화초(花草) 그림 딱지를 가지고 노는 노름이다. 물론 재미와 친목 도모로 하는 경우 오락으로 취급된다. 월 별로 각 4매씩 48장으로 구성돼 있다. 그림에 따라서 광(光)자가 있는 20끗짜리, 10끗짜리, 5끗자리, 끗수가 없는 홑껍데기 등 네 가지로 나눈다.

서양의 카드놀이인 ‘카르타’와 일본의 풍속화를 결합해서 만든 ‘하나후다(花札)’의 변형으로, 구한말에 우리에게 전해졌다. 이후 급속히 전파돼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도박 기구가 됐다. 그런 만큼 방법도 다양하다. 섰다, 도리짓고땡, 아도사끼, 고스톱, 민화투, 뽕, 육백 등이 그것이다.

▲화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속칭 ‘아도사끼’다. 수십 명이 한 번에 돈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도사끼의 판 돈이 큰 까닭이다. 한 판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오고가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줄서서 내기를 하기도 해 ‘줄도박’으로 불리기도 한다.

앞뒤라는 의미의 あとさき(後先)라는 일본말에서 유래됐다. 화투의 앞뒤를 맞춰하는 게임이라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4장의 화투 숫자를 합한 끝 숫자가 높은 쪽이 이긴다. 녹색판에 흰색 세로줄 두 개를 그어 3등분 한 뒤 운영자가 먼저 패를 잡으면 나머지 두 패에 참가자들이 돈을 거는 방식이다. 베팅 금액만큼 받는다.

카지노의 바카라와 비슷하며 다른 도박과 달리 승패가 빨리 갈리고 중독성이 강하다. 단속을 피해 매일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한다, 수십 명이 모여야 하니 장소도 좀 넓어야 한다. 주로 야산과 농촌의 비닐하우스나 창고, 천막 등에서 은밀히 도박판을 벌이는 이유다.

▲얼마 전 도내 농촌 지역 비닐하우스에서 ‘아도사끼’를 즐기던 주부도박단 40여 명이 무더기로 제주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붙잡혔다. 당시 현장에서 현금 2200만원과 현금대용 딱지 6800만원 상당, 도박용 칩 263만원 상당이 발견돼 판돈 규모만 9000만원대에 달했다.

더욱 놀라운 건 도박장을 총괄 및 운영하는 ‘데라’, 도박을 진행하는 ‘오야’, 화투패를 돌리는 ‘밀대’, 게임 승자에게서 일정 금액을 수고비로 받는 ‘고리’,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전주’, 망을 보는 ‘문방’ 등 각자의 역할을 세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다. 전문적인 도박꾼들의 짓이란 얘기다.

이를 볼 때 ‘아도사끼’에 중독된 주부들이 의외로 많은 듯하다. 잊을 만 하면 언론에 오르내린다. 그중엔 가산을 탕진해 단란했던 가정이 풍비박산 난 사례도 있을 게다. ‘자고로 노름에 빠지면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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